북한 핵 폐기와 북한 체제 보장 맞교환 문제를 담판 지을 미·북 정상회담이 내일로 다가왔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서 미·북 정상이 ‘얘기가 잘 되면’ 한반도 종전을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종전 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김정은에게 기회는 한 번뿐”이라고 압박하면서도 “(회담이) 매우 잘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함께 드러냈다. 종전 선언이 이뤄진다면 주한미군 주둔 지속 여부에서부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 격변을 몰고 올 아젠다들이 줄을 잇게 된다.

관건은 북한이 진심을 담아 회담에 임할 것인가 여부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협상 때마다 국제사회를 기만해온 사실을 들어 “절대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과의 협상은 모든 것을 문서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행 단계에서 딴말이 안 나오게 합의문 내용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합의 사항을) 정확한 문장으로 남겨야 혼선을 피할 수 있고, 실행에도 힘이 실린다”고 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차관보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북한이 이를 활용하려 들 것”이라고 한 것도 유념할 만하다. 그는 2012년 ‘2·29 합의’ 때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 금지 대상에 우주로켓 발사도 포함한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런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고 한 달 뒤 로켓을 발사한 사례를 들었다.

‘문서화’는 남북한 간 대화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한 정상 간 ‘4·27 판문점 선언’은 그러잖아도 모호한 내용이 수두룩해 향후 북한에 이용당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많다. 북한이 한·미 ‘맥스선더 훈련’을 핑계로 고위급회담을 멋대로 파기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의 남측 취재 허용 문제를 놓고 애를 먹이며 농락한 것이 그 전조일지 모른다.

싱가포르 회담은 자칫 ‘세기의 상견례 쇼’로 끝날지도 모른다. 마냥 들뜨기보다는 차분하게 회담 추이를 지켜보되, 북한의 약속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문서로 담보하는 조치가 반드시 관철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약속을 안 지킨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