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데스크 시각] 금융감독 체계 개편 때 고려할 것은
미·북 정상회담과 지방선거가 끝나면 경제 이슈로 떠오를 사안 중 하나가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다. 지난해 잠깐 얘기가 나왔다가 올해 6·13 지방선거 이후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논의하기로 미뤄진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감독 시스템을 노무현 정부 시절 형태로 되돌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즉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합치고, 금융위원회는 감독정책 기능만 수행하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방향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원장으로 기용되기 전부터 같은 시각을 내비쳤다. 금융정책과 감독은 목적 자체가 다른 만큼 하나의 기구에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게 기본 인식이다. 그러나 금융위 당국자들은 대부분 이에 부정적이다. 목적 자체가 다르다고 볼 수 없으며 효율성 등을 위해선 금융을 담당하는 하나의 부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은행은 논의에서 배제돼

이제까지의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에서 빠진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통화신용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문제다. 통화정책이란 중앙은행이 화폐를 적절히 공급함으로써 물가 안정, 금융시장 안정, 고용 확대와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체크할 의무가 있다.

한국은행도 금감원과 함께 금융회사(주로 은행)를 검사하긴 한다. 하지만 ‘반쪽’에 불과하다. 한은이 점검하고 싶은 게 있으면 금감원에 요청해 공동검사를 나가야 한다. 세계 중앙은행 중 독립검사권을 갖지 못한 곳은 한은 외엔 거의 없다. 20년 전 감독기구 개편을 논의할 때 한은이 독립성 확보에만 매달린 결과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물론 감독기관이 늘면 금융회사가 피곤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 이른바 ‘금융 건전성감독 총괄기구(위원회)’를 두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 중앙은행, 예금보험공사 등이 모두 참여해 검사 시기를 조절하고 검사 결과는 공유하면 된다. 미국 영국 등 금융 선진국은 이미 쓰고 있는 방법이다.

금융감독 목표도 순위 정해야

다른 하나는 금융감독 목표에서 우선 순위를 논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다 보니 자칫 금융감독의 최우선 순위가 금융소비자 보호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감독의 가장 큰 목표는 금융시스템 안정이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없다. 금융시스템 안정이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우선 순위에 있어야 하는 것은 금융시스템이 위기에 빠지면 경제 전체가 마비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근 20년간 국내외에서 이를 경험했다. 한 번은 외환위기이며, 다른 한 번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다.

현재까지 논의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대체적인 동의를 얻었다.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가칭 ‘금융소비자보호원’이라는 별도기구를 만들자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은 통상적인 경우 금융감독당국과 함께 갈 것이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충돌할 수도 있다. 소비자 보호와 시스템 보호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때 경제가 위기 징후를 보인다면 금융시스템 안정을 우선 추구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와 금융감독당국이 동급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위에서 언급한 ‘총괄기구’를 둔다면 금융소비자보호기구를 참여시킴으로써 이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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