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美 금리인상 태풍에 맞설 방책 있나
지난 40여 년간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대폭 올린 적은 세 번 있었다. 폴 볼커 의장 시절인 1980년, 앨런 그린스펀이 의장으로 있던 1994년 및 2004년 세 차례다. 이제 재닛 옐런 의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제롬 파월 의장이 또 한 번 본격적인 금리인상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그럼 지난날 미국의 금리인상은 어떤 결과를 낳았나. 1979년 당시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의 확장적 경기정책의 결과로 11%가 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나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폴 볼커 의장은 1979년 연 10%였던 기준금리를 2년간 20%까지 올리는 금리정책을 취했다. 그 결과 인플레는 진정됐지만 불똥이 인접국인 멕시코로 튀어 1982년 멕시코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모라토리엄(채무 지급유예)을 선언하고, 그 여파는 남미국가로 번져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최악의 남미사태를 유발했다.

두 번째 미국의 대규모 금리인상은 앨런 그린스펀이 의장이던 1994년 시행됐다. 1989년 이후 확장적 금리정책을 펴던 Fed는 물가상승률이 억제선인 2%를 넘어가자 1994년 2월 연 3%였던 기준금리를 1년 만인 1995년 2월까지 6%로 올렸다. 그 결과 아시아 신흥국 경제가 1996년부터 비틀거리다가 1997년 7월 태국을 필두로 차례로 무너지고 급기야 ‘네 마리 용’으로 불리던 한국마저 침몰하는 소위 ‘아시아 경제위기’를 촉발했다. 그뿐인가. 아시아 경제위기로 석유수요가 위축되자, 원유생산에 의존하던 러시아도 1998년 8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미국의 세 번째 금리인상은 2004년 시작됐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당시 신흥공업국인 중국이 막대한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달러화가 다시 미국으로 유입돼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서는 위험수위에 육박하자 2004년 4월 연 1%였던 기준금리를 2006년 5월 5.25%까지 급격히 올렸다. 그 결과 1930년 대공황 이래 가장 혹독했던 경제위기인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Fed는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까지 낮추는 파격적인 금리정책에 이어 역사상 처음으로 Fed가 직접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까지,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하는 응급책을 썼다.

8년이 지나 Fed는 경제가 호전되는 기미가 나타난 2016년 12월부터 금리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는데, 올 1월 물가상승률이 2.07%를 기록했고 점차 상승속도가 빨라져 4월에는 2.46%에 달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테일러 준칙(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할 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맞춰 조정하는 것)에 의한 미국의 금리 적정선은 연 4% 정도로 나오고 있어, 미국은 향후 2년 이상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짙다. 이미 다음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등이 휘청거리기 시작한 데 이어 이탈리아에까지 정정불안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는 이미 역전된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한국은행도 결국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면 은행의 대출금리는 대략 0.75%포인트 오르게 되므로, 미국이 금리를 연 3%대까지 올리게 되면 우리나라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10%대에 달할 수도 있다. 현재 15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끔찍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모든 재정적 여력을 소득주도 성장이라 불리는 복지정책에 쏟아붓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2017년부터 세계 반도체 특수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려왔다. 이런 반도체 특수가 끝나가는 시점에 미국 금리인상이란 해일이 닥쳐오면 무엇으로 막으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