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의 효과와 경기 판단에 대한 청와대의 ‘낙관론’을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이 있는 가운데 급격한 불황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어제 ‘경기 하방 리스크의 확대’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은 경기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런 근거로 경기 동행 및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설비투자와 건설수주가 급감하고 있는 데다 재고는 늘고 고용은 악화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투자 절벽에 따른 성장 및 고용 창출력 고갈 △가계부채 증가와 소득정체 △산업경기의 양극화 △유가 상승 △분배 정책에 따른 경기안정화 기능 미흡 등을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하방 리스크의 상당수가 현실화할 경우 보기 드문 급격한 불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 같은 경기 진단은 청와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거시 지표를 보면 국내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나 경제지표는 워낙 종류가 다양해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지표라도 해석 방법에 따라 상반된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소득주도 성장 효과나 경기 판단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 대응이다. 경기 상황은 늘 가변적인 만큼 정책 당국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고 대응책을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보수적 경기 판단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경기 논쟁에 방어적으로만 임하기보다는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에 귀를 열 필요가 있다. 최근 발표된 10대 경제지표 중 9개가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혹은 ‘정책 실패’가 두려워 보고 싶은 것만 보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