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최저임금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반발하며 투쟁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한 최저임금법 개정을 문제 삼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 기구 참여 거부와 최저임금위원회 불참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어제부터 농성에 들어갔다. 사회적 대화를 복원시켜 일자리 해법을 모색하겠다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그동안 노동계와의 ‘사회적 대화’에 큰 공을 들여왔다. 일자리 창출에는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협조와 양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편향’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친(親)노조 정책을 편 데는 그 나름의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이유야 어쨌건 이제는 최저임금 인상과 산입범위 조정, 탄력 근로시간제 등 노동 현안 어느 하나도 노조가 반대하면 제대로 풀어갈 수 없게 됐다. 고용노동시장이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공기업 노조 등 노동시장 최상층부로 구성된 양대 노총은 기득권을 조금도 내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는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법 개정 과정에서 어떤 손해도 보지 않겠다며 ‘반대투쟁’에 나선 게 단적인 예다. 노조를 조직할 형편이 못 되는 ‘노동 약자’들이 일자리 시장에서 쫓겨나고 소외돼 비명을 질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소 고용이 올 들어 4월 말까지 16만 명 줄었고, 임시직·일용직은 64만 명이나 급감했다. 청년실업률은 11.6%에 이른다. 정부와 노조의 비우호적 환경에 질린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해외 탈출방안을 찾기에 이르렀다. ‘고용 절벽’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 가득하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노동계는 노동시장이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하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막무가내 대응은 고용주인 기업가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종국에는 ‘일자리’라는 밥그릇 자체를 통째로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힘을 얻은 노조가 더 이상 ‘사회적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용납되기 어렵다. “희망 잃은 청년과 비정규직, 저임(低賃)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