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회계이익 과신이 '삼바 논란'의 불씨
회계 책임자 공채에 갑, 을, 병 셋이 지원했다. 회사 재무상황을 제시하고 순이익이 얼마인지 물었다. 갑이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금액 하나를 적어냈다. 을은 전문가적 판단의 여지가 많다면서 상당한 편차의 하한과 상한을 제시했다. 병은 오히려 되물었다. “얼마면 되겠습니까?”

회계 분야 단골 예화인데, 변화무쌍한 회계기준을 신중하게 판단하는 을의 자세를 강조하면서 단순 초보 갑과 비윤리적 병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길이·부피·무게를 재는 도량형과 달리 회계는 전문가 합의에 의한 측정기준을 적용한다. 회계원리에서는 단순화된 예제가 쓰이지만 중급회계와 고급회계로 올라가면 판단이 복잡해진다. ‘삼바’라는 준말이 유행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는 연결과 공동지배 및 파생상품이 결합된 고난도의 고급회계다. 회사 재무제표가 회계기준 허용 범위 내에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 상장요건 지정감사인 안진회계법인, 연결 주체인 삼성물산을 감사한 삼일회계법인과 전문가 의견을 요청받은 필자를 비롯한 일부 회계학 교수가 씨름했다.

엔론 사태가 돌출된 2001년부터 규칙(rule) 중심의 미국 회계기준에 대한 신뢰는 흔들렸고 원칙(principle) 중심의 유럽식 국제회계기준(IFRS)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은 2011년부터 IFRS를 도입했다. 그러나 미국·중국·일본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1990년에 고급회계 교과서를 출판했고 매년 강의를 맡고 있다. 종전에는 한국과 미국 기준이 대부분 일치했고 내용도 명확했는데, IFRS에는 모호한 부분이 많아 저술과 강의에 어려움을 겪는다. 필자를 포함한 네 명이 중지를 모아 공저로 출판한 《IFRS 고급회계》 교과서에는 불분명한 기준서 때문에 ‘필자의 견해로는’이라는 문구가 곳곳에 등장한다.

연결 대상을 판정하는 지배력(control)에 대한 해석도 복잡하다. 삼바가 과반수 지분을 보유한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은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과 체결한 ‘50%-1주’까지의 콜옵션이 관건이다. 주주 간 계약에 따라 5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는 구조여서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단독지배(연결 대상)와 공동지배(공정가치 평가 허용)를 가르는 변수다. 바이오시밀러 임상시험 성공으로 에피스 기업 가치가 급등한 2015년에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를 ‘지배력 상실’로 판단해 공동지배로 처리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처음부터 공동지배로 봤어야 했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렇다면 ‘삼성물산 합병 비율 조작’은 애당초 허구다. 공동지배가 맞는데 회사가 연결을 계속하면 ‘자산총액과 외형 부풀리기’로 몰린다. 지금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2015년 회계에는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어색하다. 대우조선은 손실로 끝날 장기공사에 대해 예정공사비를 낮게 추정, 중간에 이익을 계상했다가 처벌됐다. 만약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으로 실제 공사비가 줄어 막판에 이익으로 마감했다면 감리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지만 대우조선 추정은 틀렸고 삼바 추정은 맞았다. 콜옵션 도입 당시 주석 공시가 불충분했다는 지적은 회사와 감사인 모두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순이익과 주가의 연관성은 분명치 않고 실증연구 결론도 엇갈린다. 주가는 과거 회계실적보다는 미래의 수익 전망에 따라 결정되는데, 회계이익의 주가에 대한 영향을 지나치게 과신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공정가치 평가로 증가된 순이익 때문에 제일모직 주가가 올랐고, 삼성물산과의 합병 비율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일부 주장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다. 금융감독원 감리예고에 따른 주가 하락 책임을 거론하는 회사 대표와 증권가 일부 주장도 지나친 측면이 있다.

두 달 정도의 회계법인 현장감사에 대한 감리를 2년 넘게 끄는 것은 횡포다. 지나친 감리는 회계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켜 인식도 조사 성격인 국가 투명성 순위를 끌어내린다. 금감원 감리조직을 예방팀과 확인팀으로 나눠 예방팀은 업종별, 기업 규모별로 세분해 감사현장에서 예방감리를 수행하고 확인팀은 감리기법 선진화와 감리기간 적정화를 달성해 회계 투명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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