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삶의 질 높이는 미래의료 투자
2016년 다보스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했다. 그 이후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열쇠를 ‘혁신’에서 찾고 있다. 이제 혁신은 기존의 틀을 넘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가며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혁신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는 헬스케어산업이다. 헬스케어산업은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과 파급력 높은 융합을 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제약·의료기기 등 세계 보건산업 시장이 2015년 9조달러에서 2020년 11조5000억달러로 급성장해 반도체, 자동차, 화학제품 등 3대 산업을 합한 시장 규모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구글, IBM, 애플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헬스케어 전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국, 중국 등의 국가에서는 빠르게 변화 중인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기술 선점과 시장 선도를 위해 정부 차원의 투자 확대도 이뤄지고 있다. 전 세계가 ‘소리 없는 바이오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고부가가치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바이오헬스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제2차 보건의료기술육성 기본계획’은 치매, 감염병 등 고비용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고 제약·바이오·의료기기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들을 담고 있다.

정부의 육성 전략은 첫째,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고령 사회에 대비한 투자 확대다. 치매로 인한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치매로 인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정확도 높은 치매 진단 기술과 치료제 개발에 집중 투자해 더욱 쾌적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노인·장애인의 간병 부담을 완화하는 돌봄 로봇, 근력 강화 보조기구 등 건강 취약계층의 일상생활을 보조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둘째는 정밀의료, 재생의료 등 미래의료기술에 대한 투자다. ‘개인용 컴퓨터 1000달러 시대’가 ICT 혁명을 불러왔다면 ‘유전체 분석 1000달러 시대’는 바이오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한다.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2000년 당시에는 한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데 13년간 30억달러가 소요됐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1000달러로 사흘 만에 가능하다. 암환자의 유전체 정보와 항암 임상시험 데이터 등을 종합하면 환자의 개인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 시대가 열리게 된다.

셋째로 AI와 ‘4차 산업혁명의 석유’라고 불리는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투자다. 이미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일선 의료현장에서 암 진단을 보조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간호사 ‘몰리’는 혈압 측정과 진료일정 관리를 보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수한 의료영상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임상진단을 보조할 수 있는 인공지능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우리의 강점이자 자산인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에 기반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다양한 공공정책 개선 연구에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2016년 다보스포럼은 2025년이 되면 3D 프린터로 제작된 인공 간으로 이식수술을 하고 인체 삽입형 모바일 폰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 보건의료 기술 혁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9일부터 3일간 개최되는 ‘바이오 코리아(BIO KOREA) 2018’에 마련된다. ‘글로벌 헬스 미래’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45개국 600개 기업이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치매 치료를 돕는 로봇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및 제품들을 선보이게 된다. 10년 후 우리가 누리게 될 미래 의료를 한발 먼저 경험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