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정책 청사진' 퇴색시킨 정부의 고용·노동정책 끼워넣기
NAP는 생명권·인격권·약자권리 보호와 차별금지 등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과 보편적 권리를 고양(高揚)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형제 폐지 등 인권과 관련된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계층과 집단 간 이해관계의 문제는 배제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제도 도입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거나 후유증이 속출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NAP 초안에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주 52시간 근로 정착 등 주요 고용·노동 정책을 포함시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는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관련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현실적인 대안들도 함께 내놨다면 논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의 경우 경력단절 여성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일할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탄력적 근무 확대와 파견 허용 직종 확대 등과 함께 고려됐으면 호응도가 높았을 것이다.
NAP는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나라의 약속이어서 사실상 구속력을 갖는다는 게 인권학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처럼 중요한 인권정책 청사진인 NAP에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주 52시간’ 등 정부 정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포함시켜서는 곤란하다. NAP가 추구하는 보편적 권리 증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1~2개월 남은 NAP 초안 여론검토 기간을 통해 무엇이 진정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방안인지를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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