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그제 ‘제3차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NAP) 초안’을 공개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적용할 제3차 NAP 초안은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 청사진을 담았다는 평가다. 대북(對北) 인도적 지원을 7년 만에 포함했고,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기업의 인권경영 등을 처음으로 담았다는 게 제2차 NAP와 달라진 점이다.

NAP는 생명권·인격권·약자권리 보호와 차별금지 등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권과 보편적 권리를 고양(高揚)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사형제 폐지 등 인권과 관련된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계층과 집단 간 이해관계의 문제는 배제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제도 도입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거나 후유증이 속출한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NAP 초안에 최저임금 1만원 달성과 주 52시간 근로 정착 등 주요 고용·노동 정책을 포함시킨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는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관련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현실적인 대안들도 함께 내놨다면 논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의 경우 경력단절 여성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일할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탄력적 근무 확대와 파견 허용 직종 확대 등과 함께 고려됐으면 호응도가 높았을 것이다.

NAP는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나라의 약속이어서 사실상 구속력을 갖는다는 게 인권학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이처럼 중요한 인권정책 청사진인 NAP에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주 52시간’ 등 정부 정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포함시켜서는 곤란하다. NAP가 추구하는 보편적 권리 증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1~2개월 남은 NAP 초안 여론검토 기간을 통해 무엇이 진정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방안인지를 살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