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나라다운 나라 위한 필요조건
드루킹 사건,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퇴, 은행과 기업에 대한 낙하산 인사 등은 한국 사회가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아니, 적폐를 청산한다며 들어선 새 정부가 오히려 구악보다 더한 일들을 버젓이 행하고 있다. 출연자만 바뀌어 반복되는 막장 드라마와 같은 이런 일들을 언제까지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TV 드라마야 우리 의지대로 보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것은 실제로 우리 눈앞에 일어나는 일들이어서 보지 않을 수도 없으니 참 난감하다.

현 정권은 작년에 일어난 촛불 덕에 탄생했다. 사실 촛불의 주체는 “이게 나라냐”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분노한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들의 염원은 ‘나라다운 나라’였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었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염원은 바람처럼 사라지고, 권력을 탐하는 정치인과 시민단체의 나라가 됐다. 그들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움켜쥔 권력을 전리품처럼 나눠 갖는 데 온 정신이 팔려 있다.

평범한 시민들이 염원한 나라다운 나라란 자유와 풍요가 넘실대고 정의가 구현되는 그런 나라다. 현 정부는 그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언론을 장악해 자신들의 이념에 맞는 의견만 유포하려 한다. 풍요는 사유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보장할 때 가능한 법인데,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와는 아주 딴판이다.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포함시키려 하고 기업의 경영권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기업 규제 강화 등 기업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니 다른 국가들은 경제가 살아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데 우리만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 시름이 더욱 깊어져 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정의로운 나라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한 엄정한 사법처리와 능력에 따른 보상이 작동하는 나라다. 그런데 편을 갈라 내 편은 봐주고 내 편이 아닌 사람은 혹독하게 처벌한다. 폭력시위를 진압한 경찰에게 징역과 금고형을 구형한 검찰, 드루킹 사건의 봐주기 수사 등은 정의롭지 못하다. 능력이 아니라 정치권력에 따른 낙하산 인사 역시 정의롭지 못하다. 이처럼 정의롭지 못한 조치들이 만연하면 구성원 간 갈등이 증폭돼 사회가 불안해진다.

나라다운 나라가 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권력의 비대함에 있다. 정부는 국가권력을 이용해 국가를 대신해 수행하는 규칙과 법률을 만들고 그에 따라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는 기관이다. 그리고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정치인과 정부 관리다. 그래서 국가권력이 클수록 정권을 잡은 사람들의 권력과 권한이 커진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은 국가권력이 클수록 정권을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권력이 크면 국가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도록 하려는 사람들과 집단이 생긴다. 그래서 정권을 잡은 사람들과 이해집단 간의 유착관계가 생겨 정치인들은 이해집단으로부터 정치 행위에 필요한 자원을 얻으려 하고 이해집단에 유리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주거나 자원을 배분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발생하고 자원 배분이 혈연·학연·지연에 따라 이뤄지는 이른바 정실주의가 만연한다.

지금 정치권에서 문제 삼고 있는 제왕적인 대통령의 권력도 바로 여기에서 나오고 ‘최순실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 구성원들 간 갈등의 근원도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정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 싶다면 국가권력을 줄여야 한다.

우리의 국가권력은 그동안 너무 비대해졌다. 국가권력을 이용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의 취업 1순위가 공무원이고, 어느 분야에서든 조금만 성공하면 모두 정치에 뛰어들려고 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해결할 문제를 청와대나 정부에 청원해 해결하려고 한다. 이런 현상은 비정상적이다. 이럴수록 국가와 정부의 역할은 더욱 커질 뿐이다.

국가권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소소한 권력에 집착하지 말고 국가권력을 줄이기 위한 통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은 이런 정치인을 적극 지지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봐야 하는 막장 드라마 같은 일들을 보지 않을 수 있다.

jwa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