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防産 경쟁력, 시장 자율성에서 나온다
지난해 방위산업 수출이 32억달러에 달했다. 낭보다. 연간 6000억달러에 이르는 우리 수출 규모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만 내수 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방위산업으로서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2014년 36억달러까지 치솟았던 방산 수출이 그간 계속 줄어들었으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상승기류를 타는 것 같아 반갑다. 이에 발맞춰 정책 환경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 국방부 장관과 방위사업청장이 기회만 있으면 수출을 강조하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상생과 소통, 방산 효율화를 논의한다. 방산업계도 제도 개선을 주문한다.

국제방산박람회에 가보면 무인 무기, 자율주행, 첨단센서 등 방산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총아임을 실감할 수 있다. 방산기술은 일반 산업기술보다 차원이 높은 첨단기술이거나 고도 정밀기술, 극한기술인 경우가 많다. 방산기술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면 최고의 무기가 되고, 그런 무기를 우리 장병에게 공급해야 안심하고 국방에 전념할 수 있다.

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경쟁을 제한하는 방산지정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2등 무기로는 1등을 이기기 어려우므로 ‘무기 세계’에서는 1등 품질만 살아남는다. 경쟁하지 않고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길은 없다. 경쟁 제한은 국내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불가능하며, 경쟁을 통해 성장한 기업만이 세계 시장을 누빈다.

시장이 좁은데 방산업체 지정을 확대하면 공급 과잉이 된다는 방산업계 반론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 방산 규모로는 적정 자본수익률을 보장해 줄 수 없고, 방산기업의 지속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수출을 통해 시장을 세계로 확대하거나 민수와 군수를 함께하고, 국내외 경쟁업체 간 기술 공동 개발로 투자 비용을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둘째는 수의계약제도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 특허독점이나 자연독점인 경우는 수의계약이 불가피하지만, 방산업체를 품목별로 독점 지정해 놓고 독점이기 때문에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경쟁할 수 있는데 품목을 세분화시켜 경쟁할 수 없는 것처럼 해서도 안 된다. 방산지정제도를 활용해 국내 생산은 계속하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을 등한시하면 안 된다. 혹자는 방산지정제도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경쟁력의 분산과 자원 낭비를 초래한다. 비효율적 기업이 온존하면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 방산물자를 국내에서 모두 조달하는 것보다는 경쟁을 통해 비교우위 품목 중심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는 방산원가제도에 대한 재검토다. 현행 제도는 기술개발과 생산성을 높여 원가를 낮출수록 보전액이 줄어들고 당해 기업의 수익이 악화되는 역(逆)인센티브 구조다. 원가를 부풀릴수록 수익이 늘어나므로 원가 자료 위·변조와 원가를 부풀리려는 유인이 강하다. 원가의 인위적 통제는 결국 기술개발 유인을 약화시켜 방산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무기 수출에서 우리의 가격 협상력이 뒤지는 것도 잘못된 원가제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넷째는 정부가 판로 개척의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 무기 수입을 결정하는 상대방도 대부분 군 또는 정부기관이고 기밀이 많아서 정부 중개 없이 민간 기업이 직접 접근하기는 어렵다. 단순히 우리 무기를 소개하는 정도로는 구매 동기가 유발되지 않으므로, 다른 나라의 경쟁 무기와 비용·효과를 비교·설명해 줄 정도로 정부가 준(準)세일즈맨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작전계획 변경을 이유로 전차조달 계획을 헬기로 바꾼다든지, 사업이 한참 진행된 뒤 개발 대상을 조정하면 기업들은 계획대로 투자할 수 없다. 한편 최근 남북한 관계 진전에 따라 방산정책 분야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정부는 정책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예고해 방산업체들이 차분히 준비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변화에 대한 순응력과 살아남는 능력이 경쟁력이다. 이럴 때일수록 철저하게 시장기제에 바탕을 둬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방산기업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