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요 기업들의 올해 임금인상률이 20년 만에 최고라는 한경 보도(17일자 A1, 8면)는 임금과 성장의 본질을 거듭 생각하게 한다. 도요타 소니 등 246개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이 2.41%로, 1998년 이후 최고에 달한 것이다. 0.5%였던 지난해 일본의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보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5년째 2%대를 유지하는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은 ‘아베노믹스’에 힘입은 바 크다. 금융 완화, 감세, 규제 개선 등으로 정부가 기업 기(氣) 살리기와 시장 활성화에 주력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기업들 실적이 좋아지면서 최근 일본 경제는 완전고용 상태에 접근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일자리 확대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임금도 올라가는 선순환 구도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올 만하다. 고용시장의 ‘양적 확대’가 임금 인상이라는 ‘질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게 성장의 정석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 효과’로 지난 1분기 성과급을 지급한 미국 기업들이 속출했다는 소식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현실은 사뭇 다르다. 경기를 살려 그 결과로 임금이 오르는 일본과 달리, 억지로 임금을 올리고 있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 정부가 주도해 16.4%나 올린 최저임금이 그렇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직장·직업의 안정성을 강화해 준다는 것 외에 소득을 더 보전해 주자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 있다. 소득은 경제활동의 결과물이라는 기본 원리가 경시된 정책들이다. 소득주도성장론 자체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측면이 강하다.

한국의 강성 노조들이 장기간 임금 구조를 왜곡시키고 있는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에만 1조1598억원, 최근 4년간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는 한국GM의 연평균 인건비가 9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툭하면 정치권과 결탁하는 노조의 막무가내식 임금투쟁이 문제지만, ‘노정(勞政)연대’에 눈치를 살펴온 일부 경영진 책임도 적지 않다.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임금 인상은 경제생태계를 곪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