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성공하려면
정부는 지난 5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의결, 발표했다. 세계 5위의 해운 강국 위상을 되찾기 위한 정책 방향이 확정된 것이다. 한국은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양강국 지위를 잃었다. 해운산업 매출은 2015년 39조원에서 2016년 29조원으로 10조원 감소했으며, 컨테이너 선복량(화물 적재능력)은 2016년 10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2017년 40만TEU로 절반 이상 줄었다.

5개년 계획은 2022년까지 해상운임 수입 50조원, 실질 소유 선대(船隊) 1억DWT(화물적재톤수),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 113만TEU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40척의 벌크선박과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1만4000TEU를 적재하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미국 동해안까지 서비스할 수 있는 원양 컨테이너선 8척을 건조할 계획이다. 또 중견선사들이 아시아 역내 서비스를 하면서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중소형 컨테이너선도 40척 이상 건조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한국 선사들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조선(新造船) 확보와 함께 국적 컨테이너선사가 참여하는 한국형 해운동맹, 한국해운연합(KSP)의 유휴 선복 교환 확대, 중복 항로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통해 아시아 신흥산업국가들의 더 많은 항구에 특화 서비스하는 신규항로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창출되는 화물이 자연스레 우리나라 원양 컨테이너선의 항로와 연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국내 정기선사들이 세계 전 지역을 서비스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해운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선박의 확보는 필수조건이고, 화물은 충분조건이다. 특히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선박을 확보하는 것은 해운 경쟁력의 근원으로 꼽힌다. 5개년 계획의 신조선 건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이번 5개년 계획은 해운 연관산업인 조선, 항만, 무역, 금융 등 관련 산업생태계를 고려한 통합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더 주목된다. 해운 재건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무역과 연관된 산업 전반의 중흥과 혁신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200여 척의 신조선 건조는 고사 상태인 국내 조선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는 외국 선주들을 자극해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21년으로 예상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시행되면 운항 중인 선박의 4분의 1 정도인 15년 이상 된 노후선박의 퇴출 가능성이 높아져 만성적인 선박 공급과잉 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전망이다. 현재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제 해운 경기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새 선박을 갖춘 국내 선사들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해운 강국인 유럽의 선주들도 10년 이상 지속된 해운 불황 탓에 금융지원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5개년 계획 시행은 우리 해운회사에는 큰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투자 재원을 차질 없이 조달할 수 있느냐다. 오는 7월 설립될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국비 3조원과 민간자본 5조원 등 총 8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선주·화주·조선사가 공동으로 선박투자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펀드’ 설립도 준비 중이다. 이는 세계무역기구( WTO)의 정부보조금 금지규정을 피하면서 시장 중심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참고로, 정부가 미래 성장산업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혁신모험펀드’는 정부가 5000억원을 후순위로 출자한 뒤 국책기관들이 2조원을 출자하고 민간참여를 유도해 총 10조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국적 선사의 국내 화물 비중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의 자국 화물 적취율은 30% 수준으로 일본에 비해 3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선사 등의 뼈를 깎는 경영혁신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