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성적에 따른 몸값' 기업에 더 어울린다
‘2018 프로야구’가 미국·일본보다 한 주(週) 빨리 한국에서 개막됐다.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고의 후원금을 쾌척한 신한은행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가운데, 10개 구단 선수들이 팀당 144경기의 장도에 올랐다. 프로 데뷔 첫 타석을 홈런으로 장식한 19세 신인 강백호와 39세 부장급 고참 박용택의 타격 경쟁이 흥미롭다. ‘양신’ 양준혁의 ‘최다안타 기록’에 80개 차이로 다가선 박용택의 기록 경신 시점도 관전 포인트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박병호·김현수·황재균의 복귀 경쟁도 뜨겁다.

메이저리그의 엄청난 선수 몸값은 미국뿐만 아니라 쿠바와 남미 청소년에게도 ‘희망 사다리’다.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쿠바 청년들이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탈출했다. 쿠바의 고립적 사회주의 독재체제가 프로야구라는 의외의 강적을 만난 것이다. 야구는 단체 종목 탈을 쓰고 있지만 기본 틀은 개인 종목이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와 투수, 포수, 야수는 자신의 포지션을 홀로 감당한다. 아무도 타자 방망이에 힘을 보탤 수 없고 투수의 제구를 도울 수 없다. 체력과 소질이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연습량도 중요하다. 대학 체육위원장을 맡았던 필자 경험으로는 선수 손을 잡아보면 타격 연습량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3할 타자의 손바닥은 말발굽처럼 거칠고 두텁다.

손이나 발로 공을 직접 다루는 농구나 축구와는 달리 방망이를 휘둘러 작은 공을 맞히기 때문에 의외성이 많고 역전 드라마도 잦다. 팀 승률도 선두는 6할, 꼴찌는 4할 정도로 편차가 크지 않다. 선수 개인의 역량과 심리상태가 승부와 직결되기 때문에 우수 선수 확보를 위한 구단의 연봉패키지 디자인이 핵심적 전략과제다.

미국 야구에서 선수 성적과 연봉은 1998년까지는 따로 놀았다. 메이저리그 분쟁과 관련한 1922년 판결에서 연방대법원이 프로야구 연봉에 대해서는 독점금지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리그의 요기 베라, 내셔널리그의 행크 에런 등 역대 최고의 스타들이 즐비했던 1958년에도 선수 연봉 차이는 미미했다. 선수 전체 평균 연봉이 1만6353달러인 데 비해 7만5000달러 정도 받는 선수는 두 명뿐이었다. 밋밋한 연봉체계 때문에 그라운드 열기는 저조했고 구단 재정과 경기장 시설도 엉망이었다.

1998년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커트 플러드법’에 의해 프로선수 고용계약도 독점금지법 적용 대상이 됐고 ‘성적에 따른 몸값’ 차이는 큰 폭으로 확대됐다. LA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과 LA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는 올해 약 365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투수는 승률과 평균자책점 등으로 평가되지만 다른 선수는 홈런, 타점, 득점, 타율, 출루율, 도루 등 공격 포인트 및 실책과 보살 등 수비 성적이 몸값에 반영된다. ‘성적에 따른 몸값’은 그라운드의 활력을 끌어올리고 관람료와 TV 광고 수입의 대폭적 증가를 선도한다.

프로야구 선수 몸값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은 한국에서도 매우 높다. 기업 임직원 성과급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는 딴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 성과급제 시행이 보류된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사실 성과급제는 순이익이라는 명확한 성과지표가 존재하는 영리기업에 더 적합하다. 이를 공공기관에 무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정부 주도 경영평가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조선업을 비롯한 주문생산 방식의 제조업은 일감이 줄어 가동률이 떨어지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계속기업으로서의 존립이 위태롭다. 그러나 성과급제 중심으로 운영하면 수익 감소를 인건비 절감으로 보충하는 충격 흡수가 가능하다.

합리적 성과급제는 기업 위험은 낮추면서 성장동력을 촉진한다. 삼성전자의 충격적일 만큼 강력한 성과상여금은 사업 부문 간 경쟁을 유발하는 성장의 견인차다. 금융회사 경영진의 성과보수를 무조건 낮추려는 정책 방향도 틀렸다.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 산하 보상위원회에서 합리적 보수체계를 설정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엄정한 성적평가에 따른 합리적 선수 몸값이 활력소가 되는 프로야구 현장을 민간기업과 공공 부문이 제대로 벤치마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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