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공개된 시진핑 중국 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정상회담 대화 내용은 북·중 관계의 특수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시 주석은 “전통적인 중·조(북한) 친선은 피로 맺어진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내 첫 외국 방문이 중국 수도가 된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조·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여기고 전승하는 게 내 숭고한 의무”라고 화답했다.

김정은 집권 뒤 냉랭했던 북·중 관계가 완전히 복원됐음을 공표한 것이다. 김정은이 친중파 장성택을 처형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면서 북·중 관계가 아무리 틀어졌다고 해도 중국으로선 북한이 여전히 혈맹,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임을 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 한국이 이른바 ‘망루외교’ 등 친중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본심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무지막지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지난해 12월 베이징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김정은을 훨씬 더 환대한 것 등만 봐도 그렇다.

이런 중국과 북한의 ‘신(新)밀월’은 한국과 미국에 심각한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중국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조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면 일괄타결을 내세운 한국, 선(先)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미국의 북핵 대응기조는 근본에서부터 무너질 판이다. 이럴 때일수록 강력한 한·미 동맹체제가 절실하다. 미국은 6·25 전쟁 때 5만4000여 명의 희생자를 내며 한국을 지키는 데 앞장섰고, 1953년 군사동맹인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문 대통령이 작년 6월 미국 방문 때 “한·미 동맹은 피로 맺어졌다.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고 강조했던 배경이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 배치,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등을 놓고 삐걱거릴 때도 있었다. 북핵 해법 시각차도 있다. 하지만 지금 한치의 불협화음도 있어선 안 된다. 4월27일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북한 비핵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한반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무엇보다도 “누가 동맹이고, 진정한 선린인가”를 분명히 하고, 상응하는 행동을 할 때 대한민국이 존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인천공항에서 열린 6·25 전사 중공군 유해 5차 인도식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직접 참석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북한의 적화 야욕을 도우려 참전했던 적군 시신을 보내주는 행사에, 그나마 중국 측에서 차관급이 왔는데 우리만 장관이 참석한 것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생각이 필요했다. 국방부는 “한·중관계 개선의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명했지만, 중국으로 하여금 우리나라를 더 만만하게 보게 한 것은 아니었는지 짚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