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큰 틀에서 무난하게 타결돼 다행이다. 전체적으로 자동차 부문에서 양보를 많이 한 대신 농축산물 시장에서는 미국의 추가개방 요구를 막아냈다. 함께 진행된 양국 간 철강관세 협상에서는 면세국 지위를 받아낸 반면 수출 물량이 30%가량 줄어들게 돼 당장의 손익계산은 쉽지 않다.

논란이 적지 않았던 한·미 FTA가 조기 마무리된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앞으로 양국이 풀어가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발동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여전히 현안으로 남아 있다. 이따금 미국이 제기하는 ‘환율조작국 지정’ 으름장이 언제 또 나올지 모른다. 방위비 분담 같은 미국 측 요구도 결국은 통상 이슈와 맞물려 진행될 것이다.

‘지식재산권 분야의 슈퍼 301조’라는 ‘스페셜 301조’도 우리 기업을 압박해올 수 있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미국의 공세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의 약값 책정이 차별적”이라는 최근 미국 제약업계의 불만과 무역보복 요구를 보면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모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국의 지재권 보호 공세는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가뜩이나 미·중 간 통상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기세여서 우리는 교역 상대 1, 2위국 모두에서 심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FTA 개정 마무리가 끝이 아니라 진짜 통상전쟁은 이제부터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궁극적인 해법은 산업 부문별 경쟁력 강화겠지만 당장 정부와 산업계가, 때로는 민관 공조로 대비해야 할 것도 많다. 세이프가드 발동만 해도 국가 간 무역분쟁이지만 제소는 기업 대 기업 차원의 일이다.

한국은 ‘개방형 자유 통상국’으로 성장해왔다. 앞으로도 그렇게 발전해가야 한다. 필요하면 정부의 통상 조직만큼은 더 키우고 최정예들로 채워야 한다. 통상 과제들을 상호 이익의 관점에서 잘 풀어 가면 안보동맹도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