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주택정책,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최근 정부의 주택정책은 재건축 규제에 올인하는 것 같다. 기존의 개발이익환수제도에 더해 안전진단을 강화하는 등 재건축 요건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 강화 이유는 재건축 아파트 투기를 억제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현재 아파트가 노후하고 불편해 고품질의 아파트를 다시 지으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것은 고품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발전과 소득 증가에 따라 고품질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주택은 입지 여건이 제한돼 있으므로, 대도시에서 고품질 아파트의 신규 공급은 재건축 외에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 주택 품질이 향상되고 공급도 제한돼 있어 가격이 올라가는 것 또한 당연하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에는 3.3㎡당 1억원 이상의 주택이 많다.

고품질 아파트를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려면 공급이 늘어나 가격이 안정돼야 한다. 당연히 재건축을 허용해 고품질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 재건축을 통한 아파트 공급을 억제하면 기존의 고품질 아파트나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재건축 대상 주택 가격은 더욱 오른다. 다만 재건축 시 용적률이 확대되는데, 이로 인한 주변 교통 여건 악화 등 공공의 이익을 해칠 경우에 대한 보완책과 기존 소유자의 재산 가치 상승에 따른 일부 이익환수는 필요하다.

재건축을 규제하는 수단으로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해 안전진단을 강화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약하다. 무너질 염려가 없는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은 자원 낭비라는 것이다. TV, 냉장고, 자동차, 휴대전화, 가구 등은 기능이 멀쩡해도 편리함을 더하기 위해 교체한다. 기존 도로가 있는데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하고, 기존 철도가 있는데 고속철도를 또 건설한다. 단독주택, 빌라, 각종 빌딩 등도 필요하면 재건축한다. 이런 것들은 자원 낭비가 아닌가? 그런데 왜 아파트는 주차장 등 각종 시설이 노후해 주민이 불편해하는 데도 무너질 염려가 없다고 재건축을 못하게 하는가? 주거생활의 질적 향상을 위해 재건축은 활성화돼야 한다.

최근 주택 가격이 안정됨에 따라 전·월세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향후 주택 가격이 안정되고 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전세는 없어지고 월세 제도만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택정책의 중점도 월세 안정에 둬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공 임대주택 비중이 작아 대부분 임대주택은 다주택자인 민간이 공급한다. 그동안 다주택자는 부동산 투기꾼으로 여겨져 왔다. 현 정부도 빨리 집을 처분하라고 한다. 그런데 다주택자는 한편으로 임대주택 공급자다. 임대료가 안정되려면 임대주택이 늘어나야 한다. 다주택자를 죄악시해 다주택자가 모두 없어지면 임대주택은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정부가 모든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갑자기 모든 사람이 집을 구매할 수 있는가? 정부가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야 하지만 재정에 한계가 있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도록 다주택자를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도 확대해야 한다.

최근 아파트 후(後)분양 의무화를 주장하는 여론이 많은데 이 역시 타당성이 없다. 후분양제도 아래에서는 건설회사가 자기 자금으로 아파트를 완공한 뒤 분양하는데, 이 경우에도 분양가를 규제한다는 것이다. 완공된 아파트를 정부가 시세보다 싸게 팔도록 규제하면 모든 국민이 이런 아파트를 사려고 줄을 설 것이다. 현재의 선(先)분양제도에서도 2~3년 후 가격 차이를 예상해 인기 있는 아파트는 경쟁률이 100 대 1을 웃도는 경우가 있는데, 완공된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판다면 이런 로또가 또 없을 것이다. 아파트를 건설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주택경기가 좋아 분양이 잘 되더라도 정부가 정한 적정이익(예 10~15%)만 보고 나머지 이익은 당첨자에게 돌아가 떼돈을 벌게 하는 반면 분양이 안 될 경우엔 회사 도산 등 모든 위험을 부담하게 되는데 어느 기업이 주택을 건설하려 하겠는가?

주택은 다른 제품에 비해 국민생활에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임대주택 건설, 저소득층에 대한 임대료 지원 등 사회정책 면에서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택정책이라고 특별한 경제원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