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窓] 흔들리는 국제통화제도, 친구가 필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국제금융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견조한 국제통화제도가 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함을 강조했다.

국제통화제도는 국제무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자본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일련의 규정, 조약과 이들의 이행을 도와주는 국제기구 등으로 구성된다. 역사적으로는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유지된 금본위제도가 그 시초다. 영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최초로 세계화를 이뤘다. 그러나 1,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자국 위주 정책을 추구하고 대공황을 계기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무역장벽을 높이면서 국제통화제도가 사라졌다.

전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으로 대변되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출범했다. 달러 가치를 금에 고정시키고 각국의 통화를 달러와 연동시켜 국제통화제도의 안정을 추구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미국의 전비 지출로 인한 재정 확대와 통화정책으로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달러와 금 간의 태환을 정지함으로써 그 역할을 다했다. 그 이후 변동환율제도, 무역 자유화와 자본거래 자유화가 국제통화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포스트브레턴우즈 체제가 출범했다.

국제통화제도의 큰 문제점은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의 불균형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약하다는 것이다. 적자국은 재정지출을 축소하고 저축을 늘리는 수요 조정을 해야 하지만 최대 적자국인 미국은 조세를 감면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대신 관세 인상과 환율 압박과 같은 보호무역 조치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해결하려고 한다. 최대 흑자국인 독일은 투자를 확대해 세계 수요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지만 재정 건전성에 집착해 재정지출 확대에 소극적이다. 중국은 재정균형 정책을 통해 수출 주도보다는 내수 위주의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하나 아직 미흡하고, 불공정 무역으로 비난받는 상황이다.

금융의 세계화와 상호 연결성이 높아져 자본 유출입이 가져오는 위험성이 커졌다. 복잡한 구조의 금융상품, 차입으로 인한 금융회사 대차대조표의 확대,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거래로 위기가 쉽게 전염되고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한 금융규제가 국가별 이해관계로 인해 체계적으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위기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은 달러 유동성이 급격히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를 대비하는 방안은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자국의 외환보유액, 양국 간 통화스와프 협정, 지역 안전망, IMF 같은 국제기구의 유동성 지원이 금융안전망의 중요한 네 가지 요소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한·중·일 3개국과 아세안 국가 간에 운영하고 있는 지역 안전망이 있다. 부족했던 것이 양국 간 스와프 협정이었으나 최근 캐나다, 스위스 중앙은행과의 스와프 협정 체결로 많이 강화됐다.

1조달러 규모의 재원 조달이 가능한 IMF가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으나 2020년 이후 회원국과 맺은 차입 협정이 끝나면 재원 규모가 축소될 예정이다. 이에 대비해 IMF 재원 확충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현재의 재원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걱정스러운 것은 국제공조와 협력이 약해져 위기 때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건실한 경제정책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체력을 키워야 하며 양국 간, 지역 내 협력관계를 강화해 어려울 때 돕는 진정한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