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영 칼럼] 일자리, 고용친화적 정책으로 해결해야
세계경제는 봄기운이 완연한데, 한국 경제는 아직도 늦겨울의 냉기로 스산하기만 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9%로 상향 조정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3%에 불과하다. 성장보다 더 절박한 것은 고용절벽이다. 매월 30만 명대를 유지하던 신규 취업자가 지난달에는 8년 만에 최저치인 10만 명으로 급감했다고 한다. 그것도 공공부문에서만 증가했을 뿐, 취약업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고용절벽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일자리 정책을 무색게 하는 시장의 현실이다.

현장은 이렇게 싸늘한데 정부의 대책은 아직도 안이하기만 하다. 직접 고용이나 시혜적 분배정책에만 집중할 뿐 체계적인 고용 활성화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부실산업은 여전히 방치돼 있고, 적극적인 투자 유치와 경기 활성화 정책도 부진한 것 같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청사진도 마련하지 않았는데 한국GM 등 일부 산업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해지고 있어 당분간 고용절벽과 청년실업 한파가 계속될 것 같다.

이 난관을 극복하고 한국이 세계경제의 성장궤도에 동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용 친화적인 정책 패러다임 도입이 시급하다.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려면 정부가 재정으로 경기부양의 마중물을 쏟아붓고, 규제개혁과 시장의 유연성 확대를 통해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 확대 등은 바람직한 사회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오히려 고용을 기피하는 행태를 불러오고 있다. 실제로 영세 사업자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두 고용을 회피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의 직접 고용 확대와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임금 보전도 마찬가지다. 근로시간을 초과하면 형사처벌하겠다는 법안이 과연 얼마나 고용을 늘릴 수 있겠는가. 기업은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생산성과 임금, 경기전망을 철저히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정책은 반드시 고용 친화성 여부를 가리는 리트머스 검증을 먼저 해야 한다. 청년실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사업재편을 유도하고, 미래의 꿈을 키우는 비전을 제시해야 기업과 청년들을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는가. 일시적인 임금 보전만 보고 청년들이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걸겠는가.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제주체는 항상 자신의 이익을 좇아 움직이고, 그 결과가 바로 시장에 그대로 나타난다. 행여 ‘시장’이나 ‘기업’에 거부감이 있다 할지라도 고용절벽은 다른 대안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결국은 기업이 고용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도 고용유발 효과가 가장 큰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는 긴급처방은 될 수 있으나, 지속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재정사업을 통해 경기를 자극하는 대안이 바람직하다. 금리는 현재 역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 재정은 초과 세수(稅收)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1.2%가 넘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면서, 왼손으로는 초과 세수로 경기를 위축시키는 상반된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감세정책과는 거꾸로 가고 있으며, 국제기구도 수년째 재정지출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초과 세수를 줄이거나 재정을 확대해 경기를 자극한다면 저금리 정책과 결합해 상당한 고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산업 육성과 벤처 창업 활성화, 산학협력을 연계시키는 재정사업을 개발한다면 청년실업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용 사정이 어려워질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공공부문보다는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어떤 방안이 가장 시급하겠는가. 체계적인 규제개혁과 구조조정에 주저하지 말고, 국내 산업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재편도 활성화되고, 투자와 고용도 확대된다. 수백 년의 역사적 경험을 거쳐 확립된 경제원리가 어떻게 한국에서만 예외가 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