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34세 이하)에게 3년간 최대 연 1035만원을 재정으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청년 일자리 대책’이 시행도 전에 심각한 부작용을 예고하고 있다(한경 3월19일자 A10면). 이대로면 신입직원 연봉이 8년차 과장급보다 많아지게 된다고 한다. 기존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지원금을 노린 ‘체리피킹 전직(轉職)’이나, 지원 종료 후 ‘썰물 이직’도 불 보듯 뻔하다. 중소기업 구인난과 청년 취업난의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다 되레 인력수급의 대혼란을 초래할 판이다.

정부·여당이 ‘국가적 재앙’으로 규정한 청년실업의 심각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청년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면 추경 아니라 추경 할아버지라도 할 수 있다는 심정”이라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토로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렇게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 ‘특단의 부작용’을 예고하고, 고용시장을 더 꼬이게 한다면 이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왜 청년들이 취업난에도 중소기업을 기피하는지 원인을 천착하지 않고, 연봉만 대기업 수준에 맞춰주면 중소기업에 갈 것이란 기대는 착각에 가깝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원칙을 ‘고정관념’으로 치부하는 한, 관료들은 세금 일자리 외에 다른 대책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생산성 혁신, 노동개혁 등 근본처방을 외면할수록 일자리는 요원하다.

대책 시행도 전에 부작용부터 부각되는 것은 그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책 설계자의 의도대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식의 ‘경제 설계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의사결정의 복잡성과 다차원성을 이해하지 못할수록 정책은 본래 의도와 멀어진다. 청년의 인생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일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정부가 내놓는 고용·노동 정책마다 땜질하듯 보완에 보완을 거듭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수많은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 집합체인 경제와 시장은 물과 같아서 정부가 움켜쥐려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고 만다. 함부로 설계하려 들어선 안 되는 이유다. 청년 일자리 대책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데서부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