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우리는 메달을 딸 자격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스켈레톤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는 그간 무엇이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음식 조절”이라고 답했다. “고통스런 훈련”이라는 답이 나올 법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 선수는 가속력을 높이기 위해 몸무게가 100㎏ 정도는 돼야 한다. 2012년 스켈레톤 입문 당시 윤 선수의 몸무게는 70㎏대 초반에 불과했다. 지난 4년간 하루 8끼씩 ‘폭식’을 해야 했다.

봅슬레이 은메달을 딴 원윤종, 전정린, 서영우, 김동현 선수도 비슷했다. 하루 8끼, 밥 15공기씩 먹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무 음식이나 먹어선 안 된다. 썰매 종목 선수들은 폭발적인 스타트와 안정적인 코너링을 위해 근력도 키워야 한다.

이 때문에 이들은 밥과 당분을 뺀 떡, 닭가슴살 등 단백질과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을 주로 먹었다. 반찬은 간이 거의 없는 저염식을 섭취해야 했다. 음식이 너무 싱거워 종종 토하기도 했다. 서영우 선수가 “이제 라면, 부대찌개를 실컷 먹고 싶다”고 한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반대로 점프력이 생명인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고통스런 다이어트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높이 올라가야 하는 만큼, 착지 때 무릎 부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엄격한 체중 관리가 필요하다. 현역 시절 김연아 선수는 아침은 가벼운 한식으로, 점심과 저녁은 과일 몇 조각과 샐러드로 때우고 힘든 훈련을 견뎌야 했다. 2012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선수(러시아)는 거식증(拒食症)과 우울증을 앓다가 19살의 나이에 조기 은퇴하기도 했다.

스키 점프 선수들도 ‘배고픔’을 참아야 한다. 지구력이 요구되는 크로스컨트리 남자 스키 선수는 탄수화물 위주로 일반인의 2~3배인 하루 7000㎉가량 섭취한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순간적인 힘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근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단백질을 많이 먹는다.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김태윤 선수는 강릉 경기장의 얼음이 상대적으로 무르다고 판단, 단기간에 체중을 4㎏가량 감량하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봅슬레이 원윤종 선수는 “숱한 시련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누구보다 메달을 딸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는 지난 4년 동안 기상용, 운동용 등 총 7개의 알람을 맞춰놓고 지내왔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성공을 거두기까지에는 치열한 이면의 삶이 있었다. 정상에 서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피땀을 흘린 모든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