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고강도 규제책을 또다시 내놨다. 재건축 허용 여부를 평가할 때 구조안전성 배점 비중을 20%에서 50%로 높이고, 주거환경(40%→15%)과 시설노후도(30%→25%) 배점 비중은 낮추기로 했다. 건물이 낡고 주차장이 좁아 살기 불편해도 무너질 위험이 없으면 사실상 재건축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시행 등에 이어 서울 강남 재건축을 겨냥한 규제 카드다.

정부는 여기에다 재건축 연한을 준공 후 30년에서 40년으로 환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경우 분양가 상한제 도입도 준비할 태세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서울 집값 상승 진원지로 꼽히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부동산 시장에 보내고 있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선의(善意)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수요 억제책에 초점이 맞춰진 ‘초강력 강남 핀셋 규제’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으로 가격을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공급 절벽’을 맞는 3~4년 뒤에는 되레 집값 급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입주한 지 5년 미만 강남의 일부 새 아파트와 재건축 확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 조짐도 보이고 있다.

강남을 잡으려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강북의 주거환경 개선을 지체시킬 수도 있다. 서울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24만8000여 가구에 이른다. 이 중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는 14.9%(약 3만7000가구)에 불과하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할수록 비강남권 아파트들이 더 많이 피해를 본다. 게다가 정부의 ‘규제 시그널’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더 위축시켜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근본 이유는 ‘좋은 집’에 대한 수요다. 강남은 교육·문화·생활 환경이 좋고 자산가치가 높은 데 반해 공급은 늘 부족하다. 수요 억제에만 치중해서는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