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동일한 혐의로 삼성전자를 세 차례나 압수수색했다. 이 회사가 2009년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신 내준 혐의를 잡고 지난 8일, 9일에 이어 12일 수원 본사를 비롯해 서울 서초 사옥, 우면 R&D(연구개발)센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다스에 대해 비자금 조성,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또다시 불안에 빠졌다. 1년 가까이 구속됐던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사흘 만에 9년 전 일을 갖고 검찰이 연일 압수수색을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8일 첫 압수수색은 오후 7시쯤 전격적으로 시작됐다. 임직원 대부분이 퇴근했거나 저녁을 먹으러 나간 사이에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들은 다음날까지 수색을 이어갔다. 삼성은 ‘정유라 승마 지원’건으로 1년6개월간 특별검사의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이 부회장이 석방되자마자 이번엔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과잉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삼성 외부에서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가 연일 수사선상에 오르고, 이런 사실이 실시간으로 해외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니 삼성의 기업 이미지와 신인도가 또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 걱정스럽다.

한국 검찰의 해묵은 ‘적폐’인 ‘별건 수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무죄추정주의’는 검찰이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원칙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혹시라도 “걸릴 때까지 털어보자”는 식으로 대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마땅히 규명해야 할 범죄혐의를 밝혀내지 못하는 부실수사도 문제지만, 과잉수사는 더 큰 문제다. 별건 수사는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자 오용(誤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