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제가 웃어도 되나요"
“아내에게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어요, 내가 웃어도 되는지…”

A씨(43)는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으로 지낸 지 5년이 돼 간다. 2년 정도는 눈물로, 2년 정도는 병간호 외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지내다가 몇 개월 전부터는 경제적인 이유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조금만 더 빨리 발견했더라면, 조금만 더 좋은 병원에서 치료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다. 어쩌다 웃을 일이 생겨도, 좋아하는 운동을 하다가도, 병석에 있는 아내를 두고 내가 웃어도 되는지, 나만 즐겨도 되는지 미안해 웃는 것도 운동도 그만뒀다.

B양(21)의 어머니는 모야모야병 때문에 2015년부터 사지 마비 상태로 병원에 입원 중이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다른 형제도 없다. 병원비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충당하고 있고, 간병비가 없어서 3년 가까이 B양 혼자 병원에서 생활하면서 어머니를 병간호하고 있다. 직장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어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유일하게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은 일요일 오후 잠깐 집에 가서 목욕하고 옷을 갈아입고 오는 시간뿐이다. 이런 생활이 이제 적응돼 괜찮기는 한데, 갈수록 어머니가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아 힘들다고 한다.

정신적 장애로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A씨의 아내와 B양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성년후견 재판이 있었다. A씨와 B양이 각각 성년후견인이 됐다. 그런데 후견인은 많은 경우 A씨와 B양처럼 오랫동안의 병시중으로 점점 지쳐가고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심해진다고 호소한다. 2013년부터 시행된 성년후견제도는 A씨의 아내와 B양의 어머니와 같이 정신적인 문제로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피후견인)을 위한 제도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을 돌보는 후견인의 심리상태와 정서적 문제에도 눈을 돌릴 때가 됐다. 후견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상태는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피후견인의 보호 및 복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은 2017년부터 심리상담 전문가가 A씨나 B양과 같이 끝없는 자책과 무거운 의무감으로 힘들어하는 후견인을 집이나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서 아픔을 덜어주고 심리적으로 지원하는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도 똑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한 사회, 그들의 가족이 용기를 내어 힘차게 살아가고 마음껏 웃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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