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터넷 서핑 잡기(雜記)
얼마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국내 사이트에서 재미있는 시를 하나 발견했다. 나온 지 꽤 된 것 같은데 군 생활을 하며 느낀 것을 짤막하게 적은 글이다.

‘초코파이가 열리는 나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무 잎사귀를 벗기면 초코파이가 있는 나무.’

고(故) 장영희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는 시인을 두고 ‘바람에 색칠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와는 동떨어진 듯하지만, 시란 무엇이고 문학이란 무엇인지를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가슴이 절절한 사람, 정말 누구에게든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사람이 글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시고 문학이 아닌가 싶다.

이 시를 쓴 이병은 얼마나 초코파이가 먹고 싶었으면 주변 나무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렇듯 가슴 저 밑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글로 표현할 때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감동적인 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인터넷 서핑에서 만난 이야기.

‘어느 날 엄마 고양이가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는데, 저쪽에서 커다랗고 사나운 개 한 마리가 다가왔습니다. 새끼 고양이들은 어쩔 줄 몰라 ‘야옹야옹’ 하며 벌벌 떨었죠. 하지만 새끼를 보호해야 하는 엄마 고양이는 똑바로 그 개를 쳐다봤고 개는 금방이라도 덮칠 것처럼 엄마 고양이를 향해 ‘멍멍멍’ 짖어댔습니다. 아주 위협적인 소리로 말입니다. 잠시 가만히 있던 엄마 고양이도 갑자기 개처럼 ‘멍멍멍’ 하고 짖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개가 어슬렁어슬렁 다른 데로 가 버렸습니다. 그러자 엄마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희들,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간단한 조크지만 그 안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가 외국 사람과 대화할 때 외국어를 안다는 것 자체가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언어인 영어를 앎으로써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어만 알면 아무 소용이 없다. 미국이나 홍콩, 필리핀에 가보면 거지도 영어를 쓴다. 영어는 의사소통의 한 방법일 뿐이다.

이보다 중요한 건 영어로 수집된 고급 정보를 더 편하게 흡수하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한국인으로서 실력을 다지고, 그것을 기반으로 ‘어떻게 말하는가’ 이전에 ‘무엇을 말하는가’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 배우기를 소홀히 하라는 말이 아니다. 소위 성공하기 위한 기본조건은 영어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기능적으로 영어만 잘하는 바보가 되는 것은 자신을 위해 그리고 나라를 위해서도 아주 끔찍하고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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