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형 참사가 터졌다. 어제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37명이 사망하고 143명이 부상했다.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희생된 지 고작 한 달 만이다. 병원 1층 응급실에서 시작된 불은 3시간 만에 잡혔지만,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한 중환자들이 많아 피해가 컸다. 중상자 가운데 10여 명이 위독한 상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 수도 있다고 한다.

경악할 사실은 개원 10년밖에 안 된 의료시설에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점이다. 건축면적상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게 병원 측 주장이다. 하지만 수백 명의 중환자를 수용하는 병원에 예외 기준이 적용됐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사망자의 70%가 유독가스 질식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역시 인화성 높은 부실 내·외장재가 피해를 키웠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도 비용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최근 영흥도 낚싯배 전복,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제천 화재 등 잇따른 참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취약한 안전의식, 허술한 제도, 수박겉핥기식 관리·점검, 초동대처 미흡 등이 판박이다.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달리 표현할 말도 없다.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고도 끝내 대형참사로 만들고야 마는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시스템은 한국의 고질병인가.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동계올림픽 개최국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수시로 일어나는 데 대해 외신들도 깜짝 놀랄 지경이다.

4년 전 세월호 참사 이후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거셌지만 무엇이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것은 사고를 겪고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는 ‘안전 대한민국’을 내걸고, 올해 국민안전을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안전과 예방은 말로 되는 게 아니다. 빈틈없는 재난대응 매뉴얼에 따라 부단한 점검과 훈련을 통해 모두가 체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민도 이제는 사우나 비상구를 틀어막는 수준의 안전불감증과 결별해야 한다. 재난 대처도 못 하면서 ‘나라다운 나라’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