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바닷가 오페라하우스
오페라의 탄생지는 이탈리아 피렌체다. 1600년에 상연된 ‘에우리디체’ 악보가 최초의 기록이다. 그러나 오페라의 중심지로 떠오른 곳은 베네치아다. 1637년에 건립된 세계 최초의 오페라하우스 산 카시아노 극장 덕분이다.

이곳에서는 관객을 위한 낱장 티켓을 처음으로 판매했다. 그 전까지는 귀족들만 궁정에서 오페라를 볼 수 있었다. 1642년 오페라극장 건축의 모델로 꼽히는 카를로 폰타나의 말발굽형 극장까지 들어서자 베네치아는 명실상부한 ‘오페라의 수도’가 됐다. 항구도시 특유의 개방성과 경제적 풍요가 이를 뒷받침했다.

종합예술인 오페라는 폐쇄적인 내륙도시보다 개방적인 해안도시에 어울리는 장르였다. 이렇게 해서 오페라하우스는 독일 함부르크와 미국 뉴욕, 호주 시드니 등으로 퍼져 나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항구에 정박된 요트의 돛을 본뜬 조가비 모양의 흰 지붕과 푸른 바다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조개껍데기를 닮은 외관은 설계자가 식탁에서 오렌지 껍질을 벗기다가 얻은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설계와 공사를 함께 진행하느라 준공이 10년이나 늦어졌고, 비용은 14배 더 들었다. 개관 날짜에 맞춰 결혼식을 올리려던 커플이 완공된 뒤에 보니 이혼해 있더라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국제공모전 1등 당선자인 덴마크 건축가 요른 웃손의 설계가 공모 지침을 어겼다고 해서 실격됐다가 늦게 도착한 심사위원의 눈에 띄어 가까스로 당선된 뒷얘기도 유명하다. 이 공연장은 도시 전체를 상징하는 건물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명소다.

노르웨이에 있는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도 바닷가 공연장으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로 지붕 위를 걸을 수 있는 형태로 설계돼 ‘빙산’이나 ‘나는 양탄자’로도 불린다.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지붕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산책하고 소풍을 즐길 수 있다. 덴마크의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역시 해변의 아름다움을 잘 살린 공연장이다.

우리나라에도 바닷가 오페라하우스가 곧 생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올 상반기에 착공된다. 설계는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인 스노헤타 설계사무소가 맡았다.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그 회사다. 건물 모양이 땅과 하늘을 경사면으로 연결하는 것도 비슷하다.

오페라 장르는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영화와 닮았다. 국제적인 항구도시이자 영화의 도시인 부산이 400여 년 전 ‘오페라 시대’를 연 베네치아처럼 풍요로운 종합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원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