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시간 단축(주당 최대 68시간→52시간) 논의를 다음달로 또다시 연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의견 조율이 안 됐다는 게 이유다. 국회가 2013년 관련 논의를 시작한 이후 6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핵심 쟁점의 하나는 휴일·연장수당 할증률이다. 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3당 간사는 지난해 11월 할증률을 현행대로 통상임금의 50%로 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기업 규모별로 3단계로 나눠 시행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었다. 하지만 정의당과 여당 일부 의원들이 노동계 요구안인 ‘할증률 100%’를 주장하면서 최종 합의가 무산됐다. 여당이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차일피일 근로시간 단축 논의를 미루는 사이, 대법원은 오는 3월 ‘할증률’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여야가 새로운 법에 합의하지 못하면 근로시간 단축은 대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된다. 대법원이 노동계 손을 들어줄 경우 휴일·연장수당 100% 할증이 곧바로 적용된다.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치명타를 입을 게 뻔하다. 입법부가 헌법이 부여한 책무를 외면하고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 개정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로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통상임금 소송과 같은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매달 지급되지 않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1988년 고용노동부 행정지침이 “고정·정기·일률적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2013년 대법원 판결로 뒤집혔다. 지금까지 192개 기업이 통상임금 소송을 당했다. 산업계 추가 비용은 38조원(한국경영자총협회 2015년 추산)에 이른다. 정부와 정치권이 법령을 명확하게 정비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방치했던 탓이다.

대법원이 2011년부터 7년째 휴일 수당 관련 판결을 미뤄온 것은 정치권에 해결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여야는 본연의 의무인 입법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논란과 우려를 하루빨리 잠재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