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 국제부장 comeon@hankyung.com
[김홍열의 데스크 시각] 일본이 미래를 만드는 방식

혼다자동차가 개발한 로봇 아시모는 사람처럼 두 팔을 사용하고 두 발로 걷는다. 세계 최초의 2족(足) 휴머노이드다. 시속 6㎞로 달릴 수 있고, 30도 경사나 계단을 오르내린다. 뒷걸음도 한다. 이름 ‘ASIMO(Advanced Step in Innovative Mobility)’처럼 혁신적인 이동성 분야에서 진보를 이뤘다.

혼다가 비밀리에 아시모 개발을 시작한 건 1986년. 10년 만인 1996년 아시모의 전신 ‘P2’를 완성했으나 세상에 공개하기 직전 고민에 휩싸였다. 인간을 닮은 로봇을 내놔도 괜찮을까, 신을 농락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당시 다른 곳에서는 6족, 4족, 1족 로봇이 개발되고 있었지만 2족 로봇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었다. 터미네이터, 로보캅 등 건물을 파괴하고 인간을 살상하는 서구형 휴머노이드 개념과 인식이 자리잡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로마 교황청 의견까지 구해

걱정이 앞섰던 혼다는 로마 바티칸에 개발 엔지니어를 급파했다. 교황청 교육 담당 대주교에게 인간형 로봇을 개발해도 되느냐며 의견을 구했다. 대주교는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 천지창조 벽화를 보여주었다. 신이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며 판단력과 상상력을 함께 채워줬다고 말했다. 그는 유용한 것을 만드는 데 상상력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는 답변을 했다.

휴머노이드 아시모는 그런 치밀한 과정을 거쳐 2000년 탄생했다. 키 130㎝, 체중 54㎏으로 철저하게 인간 친화적이다. 병상에 앉아 있는 환자,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인 등 사람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키다. 아시모가 공개된 직후 중국군에서 시연을 요청했다고 한다. 혼다는 거절했고 아시모를 군사용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일본 정부의 치밀함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경제산업성이 전면에 나섰다. 인공지능(AI) 개발 업체와 이용 업체가 향후 이익 분배와 책임 소재를 다툴 수 있다고 미리 우려했다. 이를 판단하는 지침을 오는 3월까지 만들기로 했다.

당연히 민간 기업과 협력 체제를 갖춘다. 도요타자동차, 전자정보기술협회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회의를 구성한다. 회의에선 금융, 자율주행, 소매, 물류 분야의 AI 개발과 활용을 둘러싼 법적 과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 준비도 치밀

일본 정부는 또 민간기구인 데이터유통추진협의체와 함께 산업 빅데이터 표준을 마련한다. 자율주행, 바이오 등 5개 산업 관련 빅데이터 이용을 활성화하고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국제표준화기구의 세부기준이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발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 기업 간, 기업과 정부 간 연계를 원활히 해 빅데이터를 이용한 제조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정책이다. 올해 중 특별조치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엔 네 번째 GPS용 위성을 띄웠다.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는 발걸음이다. 오는 4월부터 일본과 일본 주변 지역의 위치를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수 m’인 위치 확인 오차범위가 ‘수 ㎝’로 줄어든다. 우주공간에 자율주행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의도가 깔렸다.

국가마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길과 방식은 여러 갈래다. 주요 주체인 기업,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이 천양지차 미래를 낳을 수 있다. 혼다의 극성스러운 치밀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전방위적 준비성은 한국을 돌아보게 한다.

김홍열 국제부장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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