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동연 경제부총리로부터 매달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 정부 내 ‘경제팀장’의 대면 대통령 정례 보고는 잘된 일이다. 더 자주 해도 나쁠 게 없다. 그만큼 김 부총리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정부 내 ‘정책 컨트롤 타워’가 있네 없네, 제구실을 하네 못 하네 하는 논란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여러 현안이 겹치거나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 더 많이 나왔다. 총리와 장관 재임 기간이 대체로 짧아진 것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현 정부 출범 8개월 동안 종종 제기된 ‘김동연 패싱’도 그런 것이었다. 여당과 청와대가 주도했던 법인세·소득세 증세 과정이 그랬고, 암호화폐 대책에서의 혼선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청와대에는 정책실장을 필두로 경제수석 일자리수석 경제보좌관이 따로 있고,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도 있다. 내각에도 청와대와 ‘심적 거리’를 믿고 자기 부처만 생각하는 장관이 적지 않다. 지난해 김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시어머니가 너무 많다”며 “(기재부를) 믿고 일을 맡겨 달라”고 호소했던 배경이다. 최저임금, 암호화폐, 부동산 대책 등이 모두 너무 많은 사공 때문에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대통령 보고 정례화를 계기로 김 부총리 중심의 경제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 물론 시어머니든 사공이든 중구난방을 잠재우는 것은 김 부총리 본인 역량과 의지에 달렸다. 청와대 참모들과 ‘정치적 입지’가 있는 장관들은 물론 여당도 경제에 관한 한 부총리를 믿고 적극 지원해야 정책이 바로 갈 수 있다.

김 부총리가 주력해야 할 일은 혁신성장의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내는 일이다. 혁신성장은 기업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만, 정부의 기반 마련도 중요하다. 혁신성장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여전히 많다. 효율적인 예산 배분, 규제혁파, 세제지원 같은 것이다. 그런 정책적 수단이 기획재정부에 다 있다. 기업인과도 더 자주, 더 많이 만나야 한다. 지금 재계는 속을 터놓고 얘기할 곳을 찾지 못해 답답해한다. 의례적인 사진찍기, 미리 잘 조율된 현장방문 같은 ‘쇼’는 아예 관두는 게 좋다. 혁신성장이 순항하면 좋은 일자리라는 열매가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