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장 선임 앞두고 뒤숭숭한 NH투자증권
자기자본 기준으로 증권업계 2위인 NH투자증권의 내부 분위기가 연초부터 어수선하다.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원규 사장의 ‘바통’을 누가 이어받을지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돌고 있어서다.

당초 NH투자증권 안팎에선 이 회사의 정영채 투자금융(IB)사업부 대표, 김광훈 경영지원총괄 임원(부사장) 등 내부 인사 중 한 명이 신임 사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계에 “제3의 인물을 ‘윗선’에서 점찍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현 정권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몇몇 인사 이름이 그럴싸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김 사장이 연임하더라도 문제는 없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김 사장이 이끄는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5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순이익 2362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늘어난 사상 최대 실적이다.

NH투자증권 전신인 LG투자증권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 자리까지 오른 김 사장은 임직원들 사이에 신망도 두텁다. 하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의 친형이라는 게 치명적인 결격사유(?)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 나돈다.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가 49.1%의 지분을 갖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다. 농협중앙회는 농업협동조합법을 따라야 한다. 주무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다. 구조적으로 정부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금융투자업계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KB증권은 작년에 옛 현대증권을 합병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도약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계에서 처음으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아 시장을 선점했다. 올해 더 치열해질 시장 상황에 대비해 경쟁사들은 속속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NH투자증권은 ‘낙하산 인사’ 걱정에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청와대는 금융업계에 관치 논란이 확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은 민간 금융회사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곧 본격화될 NH투자증권 사장 인선에도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질지 궁금하다.

윤정현 증권부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