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중소·벤처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첫 만찬 간담회가 ‘소통의 자리가 아니라 요식적인 만남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탄식이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대통령과의 만찬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영세 기업 및 소상공인의 고충을 제대로 전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거꾸로 정부 당부를 듣는 자리가 됐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의 고충을 경청하려는 청와대와 정부 의지가 처음부터 약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날선 비판을 거듭해온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참석대상에서 뺀 배경부터 여러 억측을 낳았다.

청와대 측은 “중소기업 단체와 소상공인 단체가 굉장히 많아 전부 초청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가 700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유일한 법정 경제단체라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간담회가 열리기 전에 정부 측에서 주요 중소기업 단체장들에게 “정책적 제안은 조절해달라”는 뜻을 밝혔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다양한 통로로 소통하며 여러 의견을 들어 부작용을 최소화해도 정책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렇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최저임금을 공격하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을 설계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막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무조건 따르라”는 얘기로 들리는 발언이다.

정부가 멍석을 깔아줘도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게 기업이다. 그런 기업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면, 분명히 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귀를 열고 제대로 경청해야 한다. 출구를 막은 채 밀어붙이는 게 능사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