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8’은 4차 산업혁명의 방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간 제휴’ ‘열린 생태계’ 등의 표현이 쏟아지는 가운데 시장·기술 트렌드가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기업과 정부가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시각’에서 ‘음성’으로의 진화다. 음성인식 기술이 ‘CES 2018’의 키워드라고 할 만큼 아마존 구글을 필두로 자동차, 가전업체들까지 음성인식 플랫폼을 선보였다. 특히 아마존의 ‘알렉사’와 구글의 ‘헤이 구글’ 간 경쟁이 치열한 양상이다. 그 배경엔 급속도로 성장하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이 있다고 하지만, 멀리 보면 더 큰 야심이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업체들이 시각 경쟁에 집중하면서 오는 피로감을 간파한 아마존이 알렉사의 미래를 스마트폰 시대의 종언에서 찾고 있다는 관측이 그것이다. 시각 대신 음성이 게이트웨이가 되는 패러다임이 오면 또 한번 지각변동이 일 게 분명하다.

둘째, 모든 업종과 기업이 AI에 뛰어들면서 AI가 실생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몇 번의 굴곡을 겪은 AI가 실생활로 성큼 다가선 것이다. 아마존 구글 등이 AI 플랫폼 장악에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다른 기업 역시 AI를 빼고는 더는 경쟁도 혁신도 말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홈·사물인터넷·로보틱스·자율주행차 등이 일제히 AI로 무장해 약진하는 모습이다. AI가 ‘단일 진화’를 벗어나 ‘생태계적 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시공간이 연결되는 스마트시티 출현이다. 스마트홈이 스마트시티로 확장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AI 플랫폼업체는 물론이고, 5세대(5G) 통신을 내세운 통신기업, 집을 넘어 연결성을 확장한 스마트홈업체, 미래 도시 인프라가 될 자율주행차를 앞세운 자동차업체, 지능화·연동성을 강조하는 가전·로봇업체 등이 모두 만나는 지점이 스마트시티다. 중국 알리바바는 ‘알리바바 도시’로 불리는 저장성 항저우시에서 도시 데이터 분석을 위한 AI 플랫폼 ‘이티 브레인(ET BRAIN)’을 공개하기도 했다.

CES 2018이 던지는 위의 세 가지 흐름만 보더라도 향후 기업, 산업, 도시, 나아가 국가의 운명이 요동칠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모든 것이 경계를 넘어 연결되는 환경에서 칸막이를 전제로 한 규제시스템이 더는 작동할 수 없을 건 분명하다. AI가 확산되면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의 논란 자체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시장 또한 격변이 불가피하다. 기업, 정부 모두 미래를 향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