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북한을 제대로 돕는 길
예상대로 남북 대화가 시작됐다. 최근 회담을 지켜보면 시기, 절차, 목적 등 어느 것 하나 반듯한 것이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민족 화해나 통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과거 올림픽에서 단일팀 구성이나 공동 참여가 있었지만 무엇을 손에 쥐었던가? 새 정부가 내세우는 가장 큰 기치는 ‘적폐청산’이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가장 큰 적폐세력은 전쟁을 일으켜 300만 명이 넘는 동족을 살해한 이래 온갖 만행으로 민간인을 납치하거나 죽인 김일성-정일-정은의 3대 독재자와 그 추종세력이 아닌가? 구걸에 의한 회담 성사는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핵 보유 북한의 인질이 돼 가슴앓이하는 국민에게 ‘평화’ 회담으로 안보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과거 두 좌파정권의 금과옥조였던 ‘햇볕정책’으로 얻은 것은 북한의 핵무장과 연평도 포격, 천안함 피격, 관광객 피살이 아니던가? 경험을 하지 않고 아는 훌륭한 사람, 경험을 하고서 아는 보통 사람, 경험을 하고도 모르는 바보 중 좌파정권의 책임자들은 왜 바보이기를 자처하는가?

평화적 통일을 이룩해 민족적 번영을 일궈내는 것이 남과 북의 공통된 염원임이 분명하다. 통일을 염원하면 할수록 원리원칙에 의거한 보다 냉철한 논의가 요청된다. 작금의 보여주기식 일방적 조급한 회담 진행은 통일의 걸림돌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1962년 김일성은 제1차 7개년 계획이 완료되면 북한 주민에게 “쌀밥에 고깃국, 비단옷에 기와집이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더 지난 오늘날에도 그 가운데 어느 한 가지도 이뤄진 것이 없으며 당분간 이뤄질 가능성도 매우 낮다. 2015년 북한의 1인당 소득은 1220달러(한국은행 추계, 유엔 추계는 650달러)로 2만7400달러인 남한의 4.4%에 불과하다.

단군 이래 5000년 동안 같은 민족, 같은 역사, 같은 문화를 가졌던 남한과 북한이 분단 70년 만에 소득 수준에서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게 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아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정말로 중요하다. 국가 번영의 원천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기는커녕 인식조차 되고 있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통일 논의가 근본적으로 잘못됐고 그 결과는 퍼주기식 지원이 전부였다.

북한 빈곤과 남한 번영의 원인은 참으로 간단하다. 정치적으로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체제인 데 반해 북한은 인민민주주의 독재체제이고, 경제적으로 남한이 자유시장경제인 데 반해 북한은 사회주의 지시경제다. 북한이 빈곤에서 탈피해 잘살 수 있는 방법은 남한이나 다른 나라로부터 경제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하루빨리 제대로 도입하는 것이다.

빈곤은 정치적인 것이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인민의 뜻과는 다르게 지도자가 자신의 이미지 구축이나 무기에 귀중한 자원을 낭비한 것은 정치적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평양의 각종 기념관 건축과 핵무기 개발이 인민을 기아에 빠뜨렸다. 정치적 자유가 허용되면 인민이 기아에 대해 투쟁하므로 기아문제가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해결책이 마련되게 마련이다.

북한이 쉽게 수용하려 하지 않겠지만 남북 대화에서 남한은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을 계속 강조하고 역사적으로 번창한 국가들이 채택한 각종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도록 진심으로 충고해야 한다. 남북회담에 관계당국과 군사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과 더불어 자유시장경제체제에 정통한 경제학자와 기업인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을 적으로 보지 않고 전쟁 자체를 적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친북 좌파는 북한이 안보를 위협해도, 적대적인 행동을 해도, 국내외적 신의를 저버려도 북한을 비난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오히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옹호하는 우파세력과 우방을 비난한다. 이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사고와 행동이다. 평화주의가 늘 전쟁과 고난을 야기한 역사를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빈곤으로부터 해방되는 길은 식량 지원을 하는 것보다 사유재산제도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는 시장경제제도를 도입하는 것임을 확실히 인지해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최광 <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석좌교수 choik01@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