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의 데스크 시각] 강남 집값과 가상화폐, 코스닥시장
달아오른 강남 집값과 가상화폐 인기는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투자하던 개인 가운데 상당수가 두 시장으로 옮겨갔을 것이라는 추측에 동의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적지 않다.

“부동산과 가상화폐 등 투기시장으로 몰리는 자금을 코스닥으로 유인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정부가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지난 11일 코스닥지수는 2% 이상 상승해 약 16년 만에 850선으로 올라섰다.

바이오주 쏠림현상 주의해야

공교롭게도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해 가상화폐 값이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는 12일 장중 4% 이상 급등하며 880선까지 뛰어 8년7개월 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효력 일시 정지)가 발동됐다.

정부가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코스닥시장은 1996년 7월1일 거래를 시작했다. 벤처 열풍을 타고 잘나가다 2000년 3월 정점을 찍은 뒤 급락세로 돌변해 많은 투자자를 ‘멘붕’에 빠뜨렸다.

코스닥지수가 40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2004년 1월26일 지수 단위를 10배 상향 조정했다. 당시 종가 44.57에 ‘곱하기 10’을 해 445.70으로 높이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스닥 살리기’에 나선 정부는 연기금의 투자 확대 유도 등 수급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투자자의 90% 이상이 개인인 구조를 바꿔놓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수급보다는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열 양상을 보인 12일에도 바이오주 급등 속에 코스닥지수가 치솟았지만 내린 종목이 813개로 오른 종목(365개)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개사의 시가총액은 65조2143억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총(309조3360억원)의 21.08%를 차지한다. 셀트리온 시총은 41조8906억원으로 현대자동차(33조9226억원)를 제쳤다.

항암제 개발업체 신라젠의 상승세는 더 눈부시다. 2016년 12월 상장(공모가 1만5000원)한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15만2300원(장중)까지 치솟았다. 직원 40여 명에 3년째 영업적자(2017년은 1~9월 기준)인 신라젠의 시총은 6조6731억원으로 한국타이어, 미래에셋대우, LG유플러스, CJ보다 많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바이오주로 쏠리다 보니 상당수 중소·벤처기업은 외면받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1217곳 중 증권사의 실적 컨센서스(추정치 평균)가 있는 곳은 327곳(26.8%)에 불과하다. 10곳 중 7곳가량은 정보가 없어 ‘깜깜이 투자’를 해야 한다.

수급보다는 체질 개선이 중요

이렇다 보니 쉽게 불공정거래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한국거래소가 적발한 불공정거래(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등) 건수는 코스닥시장이 508건으로 유가증권시장(205건)의 두 배를 웃돈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A씨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코스닥 주식을 사도록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에 의한 주가조작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에, 얼마를 투자할지는 전적으로 연기금이 판단할 문제다. 정부가 등을 떠미는 순간 ‘관치’와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강남 집값, 가상화폐 등 정부가 의지를 갖고 손을 댄 사안마다 기대와 달리 ‘거꾸로’ 가고 있어 불안하다.

이건호 증권부장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