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커지는 배달대행시장 양성화 서둘러야
통계청의 ‘2016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539만8000가구로 전체 일반가구(1936만8000가구)의 27.9%를 차지했다. 지금과 같은 증가세라면 2025년에는 30%에 이를 전망이다. 1인 가구 증가는 자연스레 ‘욜로족’, ‘1코노미’, ‘포미족’ 같은 다양한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소비시장의 ‘틈새’에서 ‘큰손’으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배달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2014년 10조원 안팎이던 배달시장 규모가 올해는 15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최근 외국기업(우버이츠)의 국내 진출은 물론 카카오(주문하기) 같은 대기업도 뛰어드는 배경이다.

하지만 배달기사들의 근로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고용노동부가 2016년 7월 발표한 ‘배달대행 배달원 종사실태 및 산재보험 적용 강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이들의 1일 평균 근무시간은 10.6시간, 주당 평균 근무일수는 6일, 건당 배달 수수료는 3011원이다. 주당 근로시간은 63.6시간으로, 하루 30건 정도를 배달해야 월 수익이 200만원이 된다. 오토바이 리스료, 유류비, 수리비, 배송지연 손실 부담금 등을 감안하면 수입은 더 쪼그라든다. 더구나 시간제 배달완료 시스템과 배달수당이라는 관행으로 교통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5년 오토바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1만2654건, 오토바이 사고 치사율(100건당 사망자 수)은 3.2명으로 승용차 사고치사율(1.5명)의 두 배가 넘는다.

배달기사들의 열악한 근로환경은 음성화된 배달시장 관행과 연관돼 있다. 배달기사들의 왜곡된 고용구조와 질 낮은 노동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은 배달기사에게 일감을 제공하는 배달대행시장을 ‘양성화’하는 것이다. 음성적인 시장으로 있다 보니 배달기사들의 노동권은 사각지대에 놓이고, 이로 인해 근로기준법 위반과 부당처우, 노동환경 위반 등의 문제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더해 배달음식점(또는 일반가맹점)과 배달대행업체 간 거래가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지다 보니 세수누락 규모도 상당하다.

배달대행시장 양성화를 통해 배달기사들의 낮은 처우와 사회적 인식이 개선된다면 배달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넘어 좋은 일자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다만 1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음성적인 배달대행시장을 양지로 끌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경감하거나 유예하는 등의 유인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행인 것은 일부 물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배달기사에 대한 종합보험 가입,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물류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배달기사의 수익을 늘리고 처우를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노동 사각지대에 놓인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통해 관련 통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한다. 신속한 대책 수립을 기대하는 이유는 이들 일부 물류 스타트업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정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수반된다면 배달대행시장 양성화를 통해 세원을 확보하고 배달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철호 < 안진회계법인 전무·한국공인회계사회 공공연구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