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처음처럼 아침처럼
새해가 밝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열흘이 지났다. 이맘때면 새해를 맞이하는 저마다의 다짐으로 마음이 분주하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각오로 세운 목표가 한창 진행 중일 것이다. 동시에 첫날, 호기롭게 품었던 초심이 점차 옅어지는 때이기도 하다. 의지보다 습관이 강하다는 말이 있다. 그 목표의 경중을 떠나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을 이겨내고 습관을 바꾸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최선의 방책은 그 일을 습관처럼 만드는 일이다.

습관을 고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숨어서 혼자만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대신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한다. 하루의 계획량은 최대한 적게 잡는 게 습관을 고치는 노하우다. 그 기간에는 한 가지 습관만을 고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매일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는 것도 습관 리셋의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완벽함에 집착하지 말고 예외를 인정하되 중단하지 말라고 이른다.

필자에게도 개인적으로 이루고픈 새해 소망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다. 40년 인생을 농업에 종사하면서 겪은 수많은 갈등과 번민 속에서도 꿋꿋하게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독서력이다. 우리 직원뿐만 아니라 농업인 한 분 한 분을 만날 때마다 요구되는 사회적 감수성과 공직자로서의 역량 및 책임감 역시 많은 부분을 책에 의지하며 키울 수 있었다.

손닿을 만큼 가까이 두고 아끼는 책 중에 재작년 이맘때 작고한 신영복의 《처음처럼》을 다시 꺼내 든다. 짧게는 한두 문장에 압축된 사랑과 그리움, 삶에 대한 사색,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담겨 있어 울창한 지혜의 숲을 만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늘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이라고 다독이는 저자의 따뜻한 조언은 언제 들어도 역경을 견디게 하는 무언의 힘이 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올 한 해도 우리 앞에는 맘껏 누릴 수 있는 기쁨 못지않게 헤쳐 나가야 할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힘겨움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를 때마다 처음 다진 마음을 잃지 말고 연초에 세운 목표와 계획을 다시 떠올려보자. 아무리 고단한 삶일지라도 작가가 말한 ‘처음처럼’ 우리는 늘 새해, 새날, 새 아침을 맞으며 분명히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채워갈 것이다.

라승용 < 농촌진흥청장 syna@rd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