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7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미래 희망직업과 관련해 의미있는 변화가 포착된다. 초·중·고교생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은 여전히 교사였지만 건축가, 프로그래머 등 희망직업이 다양해지는 추세가 나타났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중·고생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다. 중학생의 47.3%, 고등학생의 48.0%가 대중매체를 통해 창업 성공사례를 접하면서 “실제로 창업을 해보고 싶거나 관심이 생긴다”고 답한 것이다.

창업에 대한 학생 관심도는 올해부터 기업가 정신·창업체험 활동 참여현황 및 인식이 조사항목에 추가되면서 드러났다. 학생의 기업가 정신 함양과 창업체험 교육이 진로교육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한국에서 창업은 ‘생계형’이 다수다.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슘페터형 창업’은 미국이 50%를 넘는데 비해 한국은 21%에 그친다. 이런 점에서 중·고생의 응답은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준다. 남은 과제는 지금의 창업 생태계에서 학생들의 이런 꿈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한국 청년들은 공무원을 꿈꾸는데 이런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청년 탓이라고만 할 수 없다. 학생이 창업에 아무리 관심이 있더라도 부모의 반대를 극복하는 게 제1과제라는 조사결과만 봐도 그렇다.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창업 도전이 높은 위험성을 감수해야 하고, 실패하면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낙인이 찍히는 열악한 환경이라면 누가 창업을 권하겠는가.

1996년 게임회사 네오위즈, 2007년 블루홀을 창업한 벤처기업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창업엔 DNA가 따로 없다. 환경을 제공하고 기다리는 게 답”이라고 말한다. 학생이 불안해하지 않고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창업환경 조성은 기성세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