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 충돌할 2018 주택시장
한국은행은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2012년 6월 이후 지속적으로 인하한 기준금리를 6년5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상했다.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유지해온 저금리 기조는 성장 둔화세를 방어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주택시장에서는 전세가격이 상승해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전세가격 상승은 자연스럽게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켰고 사람들은 싼 곳으로 이사하거나 반(半)전세로 전환했다. 일부 사람들은 주택을 매입하려 했고 국지적으로 분양시장은 활황세를 보였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달 초 발표한 ‘2018년 주택시장 전망’을 통해 내년은 금리, 대출규제, 가계부채의 금융 요인이 공급량, 입주량의 공급 요인보다 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 요인 중 하나인 금리는 주택시장에 먼저 영향을 주기 시작하겠지만 예견됐던 것이라 단기적으로 급격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은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으므로 내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연초부터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력해진 금융규제가 도입되고 4월이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주택거래와 구매수요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내년 지방 매매가격은 본격적인 하락이 예상되지만 서울 등 수도권은 미미하게나마 상승할 것으로 보여 전국 매매가격은 0.2%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격은 입주물량 증가의 영향으로 국지적 역전세 가능성이 있으나 전국적으로는 보합세(0.0%)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공급은 10%가량 감소하나 준공물량은 2016년의 인허가 물량 급증 영향으로 10% 정도 증가한 63만 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준공 물량 증가는 전세가격 상승 압력을 둔화시켜 임차시장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매매는 전국적으로 올해(93만 건 추정) 대비 8% 정도 감소한 85만 건으로 예상되는데 수도권보다는 후퇴국면에 들어선 지방의 거래 감소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준금리 인상 발표 하루 전,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고 이는 내년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내용 중 공공택지 개발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주택 수급에 영향을 줄 것이다. 또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주목의 대상이었던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있어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겠지만 내년 주택시장, 특히 수도권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2017년은 국지적 호황이 전체 시장을 견인했고 서울 주택가격은 전 고점을 회복하기도 했다. 신규 분양시장과 재고주택시장의 양극화가 확대됐고 특정 지역 신규 분양시장에서 청약이 집중되면서 본격적인 규제 강화 시기로 진입한 한 해였다. 2018년은 오래된 이슈인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가 시장에서 충돌하는 해가 될 것이다. 주택시장에서는 가계부채로 야기된 금융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양도세 중과 등이 주거복지 로드맵과 결합해 어떤 결과를 시장에서 만들어 낼지 기대와 우려가 한가득이다. 저성장 극복, 일자리 창출 등의 경제 이슈와 축소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주택시장의 거시 여건을 어떻게 빚어낼지 선뜻 예단하기 어렵다.

정부는 주택수요를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동시에 공급 확대를 선별적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소규모 정비사업 추진은 필요하지만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 기준을 강화하는 바람에 활성화 가능성은 약해졌다. 내년 주택시장은 가격 기준으로 ‘약보합세’로 요약된다. 주택시장은 안정화되겠지만 과도하게 경착륙하면 침체도 우려된다.

정책을 고안하는 것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모두 정부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복지 소요와 일반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각기 대응되는 공급 전략이 작동돼야 한다. 시장 안정과 주거편익 향상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한 해가 되기 위해선 정부의 세심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권주안 < 주택산업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