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냐 제도화냐…비트코인 운명은?

올들어 18배 올라 1만9000달러…17세기 '튤립 투기' 광풍 비견
한국, 세계 거래액의 21%, 거래인구 200만…급등락에 피해 속출
신흥국은 '규제' 위주…'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기폭제 될 것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뉴스의 맥] 법화(法貨) 꿈꾸는 비트코인… 선진국의 '제도화' 방향 따를 것

1만9594달러. 지난 17일에 기록한 비트코인 코인당 가격이다. 연초 1000달러를 밑돌던 비트코인 가격이 12월 들어서는 1만9000달러를 넘어 수익률이 무려 18배, 1800%가 넘는다. 한 뿌리 가격이 1년 중산층 생활비의 10배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랐던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가격보다 더 오른 투기 광풍이다. 비트코인 질서도 형성되고 있다. 비트코인 시장으로 자금 대이동이 발생함에 따라 전통적인 자산 가격이 휘청거리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금값이다. 한국 코스닥시장의 바이오 주가도 비트코인 가격과 ‘부(負)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

법정화폐 시장의 미국 달러화처럼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비트코인 중심으로 질서가 잡혀가고 있다.
[뉴스의 맥] 법화(法貨) 꿈꾸는 비트코인… 선진국의 '제도화' 방향 따를 것

‘미스터 와타나베’도 새롭게 등장했다. ‘와타나베 부인’은 엔화를 차입해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일본 여성을 통칭해 부르는 용어다. 반면 미스터 와타나베는 엔화를 차입해 크립토커런시, 즉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 화폐’를 한국과 같은 비트코인 거래가 활발한 국가에서 매입해 차익을 겨냥하는 일본 남성을 말한다.

실체가 없고 공식화되지 않은 비트코인에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돈이 너무 많이 풀렸고 이를 회수하는 출구전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이 거품이 우려될 정도로 너무 올라 대체자산을 찾는 과정에서 인터넷, 모바일 등의 급진전으로 비트코인 매력이 부상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이 열광하는 것은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이 냄비 속성이 강한 국민성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완전 비탄력적이어서 수요가 증가해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가격이 ‘급등(sky rocketing)’하고, 반대의 경우 수요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해 ‘순간 폭락(flash crash)’ 현상이 발생한다.

트코인發 금융위기 우려도

초기 호기심에 관심을 끌고 이내 곧 사라질 것으로 봤던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방치하기에는 비트코인 위상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거래액이 시가총액 세계 19위인 골드만삭스를 넘어섰다. 특히 한국은 세계 비트코인 거래액의 21%를 차지하고 거래 인구도 2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위기 조짐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이더리움 가격과 9월 영국의 비트코인 펀드가 95% 정도 폭락하면서 각각 ‘마진 콜(margin call·증거금 부족)’ ‘드로다운 로스(drawdown loss·대손실)’가 잇달아 발생했다. 10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경험한 것처럼 마진 콜을 응하는 ‘디레버리지(deleverage·기존 자산회수)’ 과정에서 다른 자산시장으로 전염될 가능성도 높다. 비트코인발 금융위기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각국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과 같은 신흥국은 적극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대책에서 거래금지(외국인과 청소년),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 등과 같은 강력한 대책안을 검토 중이다.

선진국은 제도화할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달 12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비트코인이 상장됐다. 일본과 영국은 법정화할 계획을 선언했다. 미국은 달러화와 충돌하는 문제로 법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규제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놓는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신흥국과 선진국이 서로 다른 방향의 대책을 채택하는 것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갖고 있는 양면성 때문이다. 투기 광풍, 금융 불안 등과 같은 부정적 측면을 우려하는 신흥국은 규제하는 반면 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가상화폐 핵심기술 등을 주목하는 선진국은 법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JP모간과 같은 글로벌 투자은행부터 월마트와 같은 유통사,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머스크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을 상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흥국이 단기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선진국의 움직임을 따라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트코인 앞날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논쟁이 있다. ‘과연 화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비트코인이 달러보다 낫다”고 긍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반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비트코인에 가치가 있다는 것은 수표를 만드는 종이에 가치가 있다는 것”이라고 모호하게 말했다.

'화폐 될 수 있나' 논쟁도 뜨거워

비트코인은 디지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을 합친 용어다.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빠르게 진전되는 온라인 추세에 맞춰 갈수록 기능이 떨어지는 달러화, 엔화, 원화 등과 같은 기존의 법화(法貨·legal tender)를 대신할 새로운 화폐를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2009년 비트코인을 처음 개발했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거래 단위, 가치저장 기능, 회계단위 등의 본래적 기능을 다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요건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보편적인 화폐로 정착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한다. 공식적으로 기존 화폐를 비트코인으로 대체하는 화폐개혁도 단행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각국 국민의 화폐생활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변화는 현금 없는 사회가 닥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국가의 공식적인 화폐인 법화를 갖고 있으면 부패와 탈세 등의 혐의로 의심받는, 즉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주장한 ‘현금의 저주(curse of cash)’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통화정책 여건도 급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함에 따라 통화정책 유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이런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비트코인 확산’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누가 발행하느냐와 어느 단계까지 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중앙은행의 금리조절 능력 △가변성이 더 높아질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 △잘 작동되지 않을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통화공급 조절→금리 변화→총수요 증감→성장률·물가 조절)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도 달라질 것

비트코인이 화폐의 역할을 찾아간다면 화폐개혁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금융위기 이후 화폐개혁을 단행한 국가가 많고 고액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국 국민의 화폐생활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대안화폐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고액권일수록 화폐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대신 부패와 탈세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화시대에 화폐개혁을 추진하는 것만큼 국민의 관심이 높은 것은 없다. 이 때문에 경제가 안정되고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어떤 형태든 화폐개혁의 추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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