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우주산업, 경쟁보다 기술개발 토대 닦아야
지난달 17~22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2017 ADEX)’가 열렸다. 레이더 추적이 불가능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미국 F22 랩터 등 최신예 전투기가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눈여겨보면 전시회 명칭에서 우주산업이 항공·방위산업과 함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주산업과 항공산업을 묶은 항공우주산업이라는 용어는 익숙한데 방위산업과 함께 표현되는 경우는 친숙하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초기 단계에 있는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는데 모든 산업 육성이 그렇듯 초창기 육성정책은 성숙 단계의 지원정책과 구별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주산업이 항공산업 및 방위산업과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유사점을 보면 한국의 항공·우주·방위산업은 그 규모가 세계 수준에 크게 못 미쳐 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2016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4000억달러로 세계 11위권인데 제조업 수출이 큰 역할을 했다. GDP 순위가 우리나라보다 앞선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과의 산업경쟁력에서 한국은 항공·우주·방위 산업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제조업이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에 와 있다. 그런데 유독 항공·우주·방위산업만큼은 수출보다 수입이 압도적이다.

또 항공·우주·방위산업은 모두 기술집약적 종합산업이라는 점이다. 자동차산업은 정보기술(IT) 부문에서 발전하고 있지만 최근까지 기계가 주력이었고 반도체 휴대폰 가전 등은 전자가 주력이다. 그러나 항공·우주·방위산업의 주력품인 항공기,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함정, 유도병기 등은 모든 분야의 기술이 집약된 종합체로 나타난다. 따라서 산업 전 분야에서 기반이 없는 국가는 이런 기술집약 종합산업을 육성할 수 없다. 한국은 항공·우주·방위산업의 기반이 되는 산업들이 튼튼한데도 꽃피우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이제 우주산업과 항공·방위산업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한국 우주산업은 초기 단계여서 규모가 매우 작다. 글로벌 우주산업은 3200억달러 규모로 5000억달러의 글로벌 방위산업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글로벌 항공제조산업은 2800억달러 규모고 항공운송산업이 이와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국내 우주산업은 항공산업이나 방위산업의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항공제조산업은 대한항공 등 운항사가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절충교역(offset) 조건에 따라 제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가 전투기 개발 및 생산 단계에까지 와 있다. 방위산업도 1970년대부터 수차례에 걸쳐 율곡사업이란 기술개발과정을 거쳐 최근에는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방적 경쟁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항공제조산업 및 방위산업과 달리 위성제조산업이나 우주발사체제조산업은 걸음마단계라고 할 수 있다. 위성제조를 총괄할 경험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는 태동단계고 SI기업에 부분체와 부품을 조달할 기업도 많지 않다.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구도만 강조한다면 초기 기술개발은 등한시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장기적 산업 육성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차이점으로 우주산업과 항공·방위산업은 그 특징이 다르다. 우주산업은 우주발사체제조·위성제조·위성활용 산업으로 대별되는데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미래산업에 필수요소로 등장하는 위성통신, 위성영상,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타 산업에 비해 미래지향적 성격이 강하다. 또 세계 위성수요는 연간 100여 대에 불과한 소량다품종산업이다. 방위산업도 미래지향적 기술개발이 주축이 되고 다양한 종합산업이기 때문에 인공위성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대량생산산업과는 특징이 다른 소량다품종산업인 위성제조산업의 특징을 고려해 추진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류장수 <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AP위성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