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전작권 전환, 한미동맹 형해화 우려된다
한반도 위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결말이든 끝을 보게 될 것이다. 가장 민감한 이해당사자는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는 이해가 일치하지만 서로 상대의 손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비핵화 이후 한반도의 세력균형이 자신들의 국익에 불리하게 전개되는 것을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다음달 일본에 이어 한국과 중국을 방문한다. 이 기간 한·미,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법의 중요한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목표는 분명하다.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다. 전쟁의 위험성을 억제해야 한다. 최악의 무력충돌이 있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비핵화 이후 한국 주도의 통일이 가능해야 한다. 이 목표는 우리 헌법정신과 일치하는 것으로 정파에 따라 입장을 달리할 이유가 없다.

워싱턴DC의 제1 현안은 북핵이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는 강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가 서울에 왔을 때 불신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그가 국회에서 연설할 때 여야가 한 덩어리로 동맹인 미국과 함께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지를 확인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6·25전쟁 이후 60년 넘게 평화를 유지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기반은 강력한 한·미동맹이었다. 현재의 핵위기를 타개하고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데에도 한·미동맹은 필수불가결하다. 현 정권의 정신적 아버지격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와 통일 이후에도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것을 김정일에게 설파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북핵이라는 엄중한 위기를 앞에 두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 한다면 이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현 정권은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환수하겠다고 강조한다. 전작권은 현재 한미연합사령부에서 통제한다. 연합사에서 작성한 전시작전계획은 한·미 양국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시행하는 것이다. 연합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맡는다고 해서 미군이 일방적으로 작전계획을 세우고 한국군은 복종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본질적으로 언제나 파기가 가능한 신사협정이지 미국의 강요에 의해 맺어진 불평등조약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에 빼앗긴 전작권을 환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 연합사가 통제하는 전작권을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통제하겠다고 한다면 ‘환수’가 아니라 ‘전환’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전작권을 전환하려면 한미연합사 해체는 필연이다. 정부는 연합사를 해체하고 미래사령부를 신설한다고 한다. 미래사에서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통제하는 전시작전계획을 주한미군과 증파되는 미군이 수용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군이 따로 작전계획을 세워 전쟁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한·미동맹은 자연히 형해화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왜 전부터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한국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까?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신사협정이기 때문이다. 동맹이 그렇게 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은 해외주둔병력을 유연하게 필요한 지역에 전개하고 싶어 한다. 한국의 요구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도움이 된다. 그러면 미군 대장이 사령관으로 있는 연합사에서 전시작전계획을 통제하는 것이 군사주권을 훼손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토사령부 체제하에 있는 유럽의 내로라하는 나라들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합종연횡이란 말처럼 집단안보는 국제정치의 기본적인 틀이다. 군사주권과는 무관하다. 전작권 전환은 곧 연합사 해체를 의미한다. 북한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한·미동맹이 급속히 힘을 잃고 자신들의 군사노선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을 키우게 될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문제가 논의된다면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장래가 걸려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인제 < 한국유엔봉사단 총재·전 국회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