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가장 큰 것 중 하나'라고?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족관 중 하나.” “한국 고인돌 중에서 가장 큰 것 중 하나.” “첼시 구단은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이며….”

우리가 무심코 쓰는 ‘그른 말’이다. ‘가장’은 ‘여럿 가운데 어느 것보다 정도가 높거나 세게’라는 뜻이므로 ‘가장 큰 것’은 하나밖에 없다. ‘~것 중 하나’는 영어의 ‘가장 ~중 하나(one of the most~)’를 직역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스포츠 중계에서 최소한 두 팀의 여러 선수가 경기할 때, ‘최고의 학생(들)이 입학하는 명문대’처럼 각 학교를 대표할 때는 사용할 수 있다.

TV 자막에도 잘못된 표현이 많다. 대표적인 게 ‘~든’과 ‘~던’, ‘~서’와 ‘~써’, ‘~므로’와 ‘~ㅁ으로’다. 잘 알다시피 ‘~든’은 ‘이것이든 저것이든’ 등 선택이나 조건을 나타낼 때, ‘~던’은 과거의 일을 가리킬 때 주로 쓴다. ‘~서’는 ‘교사로서’처럼 지위·신분 등의 자격·주격, ‘~써’는 도구나 까닭을 나타내는 기구격으로 쓴다. ‘~므로’는 이유, ‘~ㅁ으로’는 수단을 의미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의 오류는 더 심하다. ‘뵈어요·봬요’를 ‘뵈요’로 쓴다든지 ‘그랬대’를 ‘그랬데’로 쓰는 일이 잦다. ‘(학생을) 가르치다’와 ‘(손으로) 가리키다’를 혼동하기도 한다. ‘다르다(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다)’와 ‘틀리다(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도 많다. 그나마 ‘우리나라’를 ‘저희나라’라고 하는 실수는 많이 줄었다. 대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거 고장나시면’처럼 잘못된 사물존대가 늘었다.

바른말은 좋은 글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어색한 번역투 문장과 접미사·조사만 줄여도 문장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적·들·의·것’을 피하라는 지침도 그중 하나다. 접미사 ‘적(的)’과 접미사 ‘들’, 조사 ‘의’, 의존명사 ‘것’을 줄이라는 얘기다. ‘국제적 관계’는 ‘국제 관계’ ‘아이들이 손에 꽃들을 들고 부모들에게’는 ‘모든 아이가 손에 꽃을 들고 자기 부모에게’, ‘문제의 해결’은 ‘문제 해결’,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는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로 쓰면 된다.

해외 한국어 인구가 늘어 국제회의 10대 실용 언어에 들었다는데, 정작 나라 안에서는 우리말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오늘은 571돌 한글날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