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앞 글자 紛(분)은 실(絲)이 나뉜(分) 모양이다. 옛 전쟁터의 깃발과 관련이 있다. 깃발 끝부분 장식을 위해 달린 ‘술’이란다. 바람에 흩날리기 쉽다. 그러니 갈라져 뭉치지 않는 상태 등을 가리킬 때 자주 쓴다.

다음의 亂(란)이라는 글자도 궁금하다. 쓰임새가 앞 글자에 비해 훨씬 많다. 역시 실과 관련이 있다. 초기 글자꼴은 실뭉치가 어딘가에 걸려 있고, 두 손으로 엉킨 실을 풀어가는 모습이다. 그로써 얻은 뜻이 엉켜 있는 실타래, 어질러져서 손을 대기 힘든 상태 등이다.

퍽 익숙한 글자다. 전쟁 등으로 벌어지는 어지러운 상황이 동란(動亂)이다. 전쟁 그 자체를 일컬을 때는 전란(戰亂)이다. 모든 것이 섞여서 극도로 어지러운 상황이 오면 혼란(混亂)이다. 안에서 벌이는 혼란스러운 움직임은 내란(內亂)이라고 적는다. 요란(擾亂)이라는 말도 잘 쓴다. 뿌리를 찾아보면 앞의 擾(요)는 원래 강보에 싸여 울고 있는 아이와 그를 들고 있는 어른의 모습이라고 한다. 우는 아이를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른, 그만큼 난감하며 궁색한 상황이다.

소란(騷亂)이라는 말도 자주 사용한다. 앞의 騷(소)는 말(馬)을 무엇인가로 찌르거나 붙잡는 모습이다. 말이 놀라서 펄쩍 뛸 수 있다. 따라서 ‘소란’은 역시 시끄럽고 번잡한 상황을 가리키는 낱말이다. 소동(騷動), 소요(騷擾) 등이 같은 맥락의 조어다.

그런 정도가 심해지면 난리(亂離)다. 어지럽게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亂), 그에 마침내 있던 것이 쪼개져 떨어져나가는 형국(離)의 합성이다. 서로 다른 요소가 합체(合體)를 이루지 못하고 어질러져 흩어지며 쪼개지는 상황이다.

새 정부 인사가 어질어질하다. 인재 등용에서 탕평 움직임은 아예 보이지 않고, 좁은 험로에서 고른 제 인사로 자리를 채우려고만 해서일까. 요란과 소란을 넘어 분란의 조짐까지 드러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씁쓸한 풍경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 마음은 그저 심란(心亂)할 뿐이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