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생색내기용 청년 창업 예산
“청년 창업자들이 정부 정책에 들러리와 쇼케이스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이영달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며칠 전 페이스북에 남긴 표현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한 ‘K글로벌 스타톤(스타트업+해커톤) 2017’ 행사에 대해 비난이 일자 올린 글이었다.

지난달 26~27일 치러진 K글로벌 스타톤은 행사명에서 보듯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창업지원 행사 방식인 ‘해커톤’을 표방했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일정 시간 동안 마라톤처럼 쉼 없이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시제품 등 간단한 결과물을 내놓는 데서 의미를 찾는 행사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해커톤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딩이나 시연 없이 대강의 아이디어만 담은 자료만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탓이다. 한 참가자는 “발표자료에서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 유행하는 단어만 나열하면 상을 탈 수 있었다”며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겉핥기식 심사 방식도 원성을 샀다. 본선 진출 팀에는 3분의 발표시간이 주어졌다. 2시간 동안 30개가 넘는 팀이 연이어 발표하면서 내용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불만이 나왔다. 일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 소개 자료를 그대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장관상인 최우수상을 포함해 6개 수상팀이 총 17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아이디어 경연에 중점을 둔 행사”라며 “시제품을 내놓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행사는 별도로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기부로 이관된 지 얼마 안 된 행사다 보니 진행에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해명을 들어도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다. 아이디어만 나열하는 행사가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정부는 2018년도 ‘창업·벤처’ 분야 예산에 올해에 비해 9.8% 증가한 3922억원을 책정했다. 늘어난 예산이 이 같은 ‘전시 행정’에 쓰일것 같아 씁쓸하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