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데스크 시각] 금융계 낙하산 논란 언제까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2001년 합병해 탄생한 통합 국민은행(KB금융의 주력은행)은 꽤나 대단한 은행이었다. 출범 당시 총자산은 185조원으로 세계 60위권이었다.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2005년엔 순이익을 2조원 넘게 올렸다. 역시 국내 은행 중 처음이다. 다른 은행들과는 격차가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외환위기로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체계가 무너지자 정부가 민간 은행 시스템을 복원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초우량은행이 국민은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 국민은행은 신한·하나·우리은행 등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은행이 됐다. 오히려 최근 몇 년간 1등 자리를 신한에 내줬다가 찾아오려고 몸부림치는 은행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다른 은행 임직원들이 더 열심히 해서? 아마 그럴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요인이 있다. 바로 ‘낙하산 인사’다. 최고경영자(CEO)가 정권에 따라 휘둘리면서 조직이 분열되고 활력을 잃어버린 것이 지금의 국민은행을 만들었다.

'관치금융'에 멍든 국민은행

통합 국민은행의 초대 CEO는 지금은 작고한 김정태 동원증권 사장이었다. 김대중 정부가 광주 출신인 그를 발탁했다. 그는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푸대접을 받는 신세로 바뀌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자 이런저런 간섭을 받기 시작했으며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미움을 샀다. 김 행장은 결국 2004년 국민카드 합병 과정에서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사유로 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당시 같이 국민은행을 떠난 이가 지금의 윤종규 KB금융 회장(당시 부행장)이다.

KB금융도 ‘낙하산 인사’에 시달리긴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사외이사들이 회장으로 추대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을 퇴임시키고 이 전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총장을 지낸 어윤대 씨를 KB금융 회장에 앉혔다. KB금융은 2014년엔 회장과 국민은행장이 권력 투쟁을 벌이다 동시에 물러나는 사태까지 빚었다. ‘모피아’ 출신의 임영록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고 알려진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이른바 ‘KB 사태’다.

걱정스런 BNK금융

부산은행은 오랫동안 지방은행 중 2위였다. 수십년간 1위를 유지해온 대구은행을 앞지른 것은 10년 남짓 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산·경남에 몰려 있는 조선업체가 호황을 구가한 덕이다. 이에 힘입어 경남은행을 인수했고 BNK금융을 세웠다. 하지만 조선산업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BNK금융 상황도 좋지 않다. 조선업체 대출이 많지 않더라도 지역경제가 나빠지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BNK금융이 CEO 선출을 앞두고 분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와 관련 있는 인사가 차기 회장에 도전하면서부터다.

김지완 전 부국증권 사장이 바로 논란의 인물이다. 만 71세인 그는 하나금융 부회장을 지냈지만 주로 증권을 맡아 은행 경영 경험이 사실상 없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를 나왔고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 있었다는 점만 부각되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고 볼 대목을 찾기가 힘들다.

정권과 관련 있는 인사가 금융회사 CEO를 맡으면 주위에 외부 인사가 많이 모인다. 갚을 빚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툼이 벌어지고 금융회사는 경쟁력을 잃는다. KB가 그랬다. BNK금융이 KB금융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박준동 금융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