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판교를 4차 산업혁명의 전초기지로
최근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킨 카카오, 온라인 게임 전문업체 넥슨, 컴퓨터 보안 강자인 안랩, 웹보드 게임 한게임의 NHN엔터, 웹보드 게임 피망의 네오위즈 등 판교테크노밸리에는 1300여 개 기업이 밀집해 있다. 그중에는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만 12개에 이르고 1000억원 이상 기업도 95개나 된다.

최근 경기경제과학진흥원이 발표한 2016년 판교테크노밸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CT(콘텐츠기술) 관련 첨단기업이 전체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이곳에 입주한 기업의 연간 매출이 77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판교가 명실공히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메카로 자리잡았음을 시사한다. 테크노밸리가 조성된 지 불과 5년 만에 올린 놀라운 성과다. 융합기술 중심의 첨단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 기업의 노력과 경기도의 체계적인 지원이 어우러져 6년 사이 15배 이상의 높은 성장이라는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그러기까지 편리한 교통과 서울과의 근접성, 쾌적한 근무환경 등 판교의 양호한 입지 여건이 한몫했다. 수도권의 거대 소비시장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많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판교로 이전했고, 이전을 생각하고 있다. 판교는 첨단 ICT 기업의 거대한 군락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더 이상 판교를 경기도나 성남의 일부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디에 속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쥐고 한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동력이 필요할 뿐이다. 경쟁력을 잃고 움찔하다가는 자칫 미국 애플이나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등 거대 글로벌 ICT기업의 부속 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가 미국 경제를 견인해왔듯이 판교테크노밸리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교가 최첨단 ICT산업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기업 수요에 맞는 규모 확대는 물론 체계적인 기업 지원을 위해 정부와 경기도가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판교에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인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집약적으로 구현되는 친환경·첨단기술의 테스트베드가 조성되길 바란다.

10년 후의 판교를 생각해본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버스가 승객을 실어 나르고, 로봇이 길을 안내하고 경비를 담당하는 상상을 해본다.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전초기지 판교를 떠올려 본다.

한진현 < 한국무역정보통신 사장 jinhan@kt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