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총력안보에 나설 때 아닌가
미국과 북한 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미국 영토인 괌을 공격하겠다면서 구체적인 포격 계획까지 공개했고, 미국은 북한 정권이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1962년 소련과의 핵전쟁까지 우려됐던 쿠바사태 이후 최대 위기로 인식하고 있고, 4분의 3 이상이 북핵을 중대한 위험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예상외로 조용해 외국인들도 놀랄 정도다. 제3자처럼 현 사태를 객관적으로 관측하고 있고, 북한의 위협을 ‘내부결속용’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괴뢰 1, 3 야전군 지역의 모든 대상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의 언급에도 놀라지 않는다. TV와 라디오 방송, 국민의 일상대화, 공무원들의 근무태도도 평상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북 간 ‘게임’에 대한 현란한 관전평과 전망을 자랑한다.

그러나 현재의 미·북 힘 겨루기는 한국의 존망과 직접 관련돼 있다. 북한이 괌을 포격하겠다는 것은 미국에 한국에서 손을 떼라고 협박하는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미국만 떠나면 핵위협으로 1950년 6·25전쟁 때 실패했던 사회주의식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이 협박에 맞서면 핵전쟁을 포함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미국이 협상을 선택하면 결국은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음으로써 주한미군은 철수하고 한·미 동맹은 형식화될 것이다. 중국도 겉으로는 ‘대화’를 촉구하지만 이 ‘담판’을 미국에 촉구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전략을 잘 아는 다수의 국민은 걱정이 많다. 일부 국민들은 스스로가 나서서 북핵 대비태세 강화에 동참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국민의 총력의지를 통합하기 위한 정부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미·북 간 대결과 북한 내부결속용으로 현 사태를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프로이센의 군사이론가 클라우제비츠는 일찍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국민·군대·정부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자병법에서도 상하가 한마음을 갖는 ‘도(道)’를 전쟁 승리의 근본으로 강조하고 있다. 영국의 군사역사학자 마이클 하워드도 전쟁 승리의 근본요소는 국민의 ‘결의’이고, 핵전쟁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괌을 공격할 미사일이 한국으로 향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북핵 대응을 위한 군과 모든 정부부처의 노력을 종합하고, 군대는 북핵 대응에 초점을 맞춰 조직 편성, 인원 선발, 업무, 예산의 우선순위를 대폭 전환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특별담화’를 통해 현 상황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보고하고, 총력방어를 위한 동참을 호소해야 할 것이다. 핵 대피소까지 준비해야 한다면 그렇게 말해야 한다. 태풍을 경고해야 우산을 준비할 것 아닌가.

우리 국민은 정부가 목표와 방향만 잘 제시하면 무서울 정도로 결집한다. 그 덕분에 분단 상태에서 현재와 같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것 아닌가. 당장 불안해한다고 해서 국민들에게 총력방어의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인가.

박휘락 <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