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문 정권下 부동자금의 행방
노무현 정권기에 서울 집값이 56%나 치솟았다는 사실을 그들은 꽤나 억울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 부동산 불패신화를 이어가던 상황 때문이기도 했다. 신용이 없는 서민에게도 집만 사면 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 대출은 거대한 파생시장과 거품을 만들어냈다. 그렇다고 노무현 정부 부동산 대책의 오류가 면책될 수는 없다.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처럼 시장거래를 규제하고, 보유를 질투하는 수많은 규제를 쏟아냈다. 반(反)시장 이념이나 정책이라는 것은 대체로 시장가격을 직접 주무르고 싶은 순진한 발상에 기초하고 있다. 그것은 기어이 시장의 보복을 부르고 만다.

부동산은 그 자체로 빈부격차의 상징이며 또 그것을 조장한다. 자산시장은 빈부의 원리가 가장 명징하게 작동하는 곳이고, 언뜻 보기에 모든 불로소득의 원천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사회과학적 예측들이 모두 그렇듯이 기대와는 달리 움직인다. 아마도 노무현 정권기에 빈부격차(지니계수)가 극적으로 악화된 것은 치솟은 집값에도 큰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부동산의 불로소득성에 대해서는 베블런과 헨리 조지, 그리고 피케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목청을 높여왔다. 그러나 실물시장의 움직임을 선도하고, 위험을 감내한다는 면에서 부동산은 자본과 노동에 이어 총요소생산성(TFP)의 중요한 한 핵심 부위를 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다시 ‘부동산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 시장은 언제나 안정점으로 복원되겠지만 좌익적 사고는 그 지체 동안을 결코 가만히 있지 못한다. 서울의 집값, 그것도 강남의 집값이 기어이 폭등할 기세를 보이는 터여서 반삼성, 반서울대, 반강남 정서에 포획된 자들로서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사고의 원형은 잘 변하지 않는다. 대책들도 그렇다. 경제 구조나 환경도 당시와 유사하다. 세계적 집값 급등부터 그렇다.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 집값은 최근 1년여 동안만도 50%나 올랐다(2015년 3분기~2016년 3분기). 같은 기간 유럽 대부분 도시 집값도 10~20%씩 올랐다. 상승 기간을 2008년 리먼 파산 시점으로 확대하면 런던은 작년 말까지 72%나 올랐고 샌프란시스코는 57% 올랐다. 런던 켄싱턴의 침실 3개짜리 아파트가 100억원대에 들어서자 기어이 브렉시트가 터져나왔다. 실리콘밸리는 치솟은 집값 때문에 거들먹거리는 부자의 도시일 뿐 더는 창업가의 도시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도시들은 그렇게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도시의 집값이 오른 이유를 우리는 진정 모른다는 것인가? 2008년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은 경기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4조5000억달러를 풀었다. 유럽도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매달 600억~800억유로를 풀었다. 중국은 언제나 완화적 금융이었고, 일본도 그렇다. 풀린 돈은 주식과 부동산, 즉 자산시장을 부채질했다. 세계 부동산 시장의 묻지마 사재기의 출발은 역시 중국인들이다. 그렇게 도시 집값은 수렴하고 있다. 물론 양적완화는 이제 서서히 반전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금융의 핍박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의 신정부는 집값을 끌어올리려고 작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복지 예산이 5년간 178조원 더 풀리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이 기다리고 있다. 통상임금 추가 지급분이 32조원이고, 최저임금 추가 부담액이 81조원, 근로시간 단축 추가 비용이 12조원이라는 단순 계산도 나와 있다. 수십조원 단위의 뭉칫돈이 꾸역꾸역 풀린다. 생산성을 넘어서는 임금은 언제나 자산가격을 밀어올린다. 서울 집값은 8·2 대책으로 지연되는 시차는 있겠지만 이런 조건을 착착 갖춰 간다.

지금까지 서울 집값 상승률은 지방도시들보다 낮은 겨우(?) 3%였다. 8·2 대책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집권기에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힘을 얻는다. 좌익은 원래 부자를 좋아한다. 세금을 조금 더 뜯어가는 대신 큰 자산소득을 안겨준다.

정규재 논설고문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