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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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주를 향한 투자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제짝을 찾은 스팩주는 물론이고 뚜렷한 이유 없이 급등세를 연출하는 스팩주들도 속속들이 나타나 투심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원금을 보장하는 스팩 투자에도 대규모 손실이 따를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충분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6일 오전 9시 33분 현재 신영스팩3호는 전날보다 445원(20.99%) 뛴 2565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각 신한제3호스팩도 6.71% 상승한 2305원에 거래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 비율이 높은 키움증권이 매수 창구 최상위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종목은 뚜렷한 이유 없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신한제3호스팩에 주가 급등과 관련한 조회공시를 요구했으나 신한제3호스팩은 주가 급등과 관련한 중요 공시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반면 지난 3~4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유안타제1호스팩은 이날 오전 급락세를 연출 중이다. 전거래일 대비 140원(4.02%) 내린 3345원에 거래되고 있다. 유안타제1호스팩은 글로벌텍스프리(GTF)와의 합병을 앞두고 연일 강세를 보였으나 차익 실현 매물에 하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앞서 '케이프이에스스팩'은 켐트로스 흡수합병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단기간 급등했다. 지난달 22일 심사를 통과, 거래를 재개한 23일부터 6거래일간 주가가 300% 넘게 뛰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다. 공모로 액면가에 신주를 발행해 투자금을 모아 상장한 후 비상장 우량기업과 합병한다.

합병에 실패해도 원금이 보장되는 안정적 투자처로 인기를 높여왔지만 최근에는 단기급등,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처로 변모하고 있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내에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되는데, 이때 투자자들은 공모가(통상 2000원) 수준의 원금과 연 1~2%대의 3년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 스팩 상장 기업 해마다 증가…합병 불발도 부지기수

스팩 상장 기업은 매해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 스팩이 국내 시장에 도입된 후 올해 상반기까지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업은 총 47개사다. 2014년 2곳에 불과하던 스팩 상장 기업은 지난해 12곳으로 크게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1곳이 스팩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현재 합병 대상 업체를 선정해 합병을 진행 중인 스팩만 15개에 달한다.

상장 후 3년 내에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한 스팩은 상장 폐지된다. 올해 상반기에만 2개의 스팩이 청산됐다. 2014년 하반기 상장된 대우스팩2호와 현대에이블스팩1호는 짝을 찾지 못하고 각각 지난 5월과 6월에 상장폐지됐다.

합병이 불발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난달 SK3호스팩은 에스지에이시스템즈와의 합병을 추진했으나 한국거래소의 합병상장 예비심사에서 승인을 얻지 못해 합병계약을 해지했다.

앞서 5월에는 케이티비스팩1호가 한국거래소의 합병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한국금거래소쓰리엠과의 합병결정을 철회했다. 제 짝을 찾지 못하고 상장 3년을 채운 케이티비스팩1호는 현재 정리매매 중으로, 오는 7일 상장 폐지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팩의 만기는 3년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짧다"며 "만기 6개월 이전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관리종목 지정 후 1개월 이내에 상장폐지 된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스팩 상장 업체 절반이 주가 '하락'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스팩 상장에 성공했지만 모든 업체들이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스팩으로 상장한 업체 11곳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6곳은 합병으로 신규 상장된 날의 주가가 스팩 상장일 당시 주가를 밑돌았다.
2017년 상반기 스팩 합병 상장한 업체들 주가 추이
2017년 상반기 스팩 합병 상장한 업체들 주가 추이
한국3호스팩과 합병해 올해 1월 상장한 씨아이에스는 21.07%, 같은 달 상장한 드림시큐리티는 10.53% 하락했다. 넷게임즈 켐온 우정비에스씨의 합병 상장일 주가도 스팩 상장일 당시 주가에 못미쳤다.

반면 엔에이치스팩3호와 합병해 지난 5월 상장한 고려시멘트는 104.77%, 대우에스비아이1호와 합병해 4월 상장한 토박스코리아는 100.15% 상승했다. 엔에이치스팩3호는 고려시멘트로 합병 상장하기까지 약 2년9개월, 대우에스비아이1호는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합병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도 절반에 달했다. 씨아이에스 드림시큐리티 한강인터트레이드 켐온 우정비에스씨 넷게임즈는 지난 4일 기준 현재 주가가 스팩 상장일, 합병 상장일보다 더 낮은 업체들이다.

전문가들은 스팩 투자에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합병에 실패하더라도 공모가 수준의 원금과 이자를 챙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합병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종신 KB증권 대치지점 부장은 "기업 합병이 결정되면 대부분의 스팩은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지만 불확실한 정보나 뚜렷한 이유 없이 주가가 오를 때도 있다"며 "시가총액, 주식 수가 적어 변동성이 크고, 변동성이 흔들릴 경우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창규 연구원은 "주당순이익률(예치이자율)이 높고 기관투자자의 순매수가 확인되는 만기 근접 스팩들을 중심으로 청산가치를 노린 전략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