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근의 데스크 시각] 부동산 대책 효과 보려면
이르면 이번주 초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번째, 2014년 수도권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한 이후 세 번째 나오는 대책이다. 시장의 관심은 대책이 약발이 있을지로 쏠리고 있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경기도 소재 택지지구 분양권을 여러 개 잡아둔 투자자든, 순식간에 급등한 집값 탓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무주택자든 예외가 아니다. 대책이 나올 때를 추가 매수 시점으로 잡으라는 글들이 온라인 투자 카페에 넘치는 것을 보면 적어도 투자자들은 정부 대책을 크게 무서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무슨 일이든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상황이라면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처럼 임기 내내 부동산에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걱정된다.

노무현 정부의 반성문

정책 당국자들에게 노무현 정부가 정권 말기인 2007년 내놓은 ‘대한민국 부동산 40년’이란 책을 꺼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정부가 발행한 책 중 단연 압권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문 성격도 가진 이 책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집값이 급등한 원인, 정부의 실수, 교훈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이 책에선 과거 40년 동안 세 차례(1970년대 말, 1980년대 말, 2001~2007년) 집값이 급등했다고 진단했다. 모두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쳐나고 주택 공급이 부족한 시점이었다. 지금의 상황과 너무 닮았다. 현재 넘쳐나는 유동자금은 부동산 외에 달리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 및 서울과 접한 경기도 시·군·구에선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 그 결과가 서울과 신도시 집값이 급등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는 왜 임기 내내 집값을 잡지 못했을까. 이 책은 택지 확보에서 주택 분양까지 공급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아쉬워했다. 외환위기 수습에 정신이 없던 김대중 정부는 미래에 필요한 택지를 확보할 겨를이 없었다. 노무현 정부 때 부작용이 나타났다. 집을 공급할 땅이 없었다. 임기 4년차인 2006년 11월 부랴부랴 신도시를 대거 지정했지만, 즉각적인 효과는 보지 못했다. 공급 효과는 최소 5년 뒤 아파트가 입주하는 시점에 나타나는 까닭이다.

공급 로드맵 제시해야

과잉 유동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당시엔 2000년대 시작된 초저금리로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대거 쏠렸다. 그러나 정부는 세제·청약제도·재건축 위주로 대책을 펴다 정권 말기인 2007년 1월에 가서야 돈줄을 조였다. 진작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했다면 조금 더 빨리 불을 껐을 것이란 고백이다.

이달 들어 정책 당국자의 입을 통해 간헐적으로 나오는 대책은 주로 수요 억제(대출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급 확대에 관한 언급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이 불안하다. 갈수록 심해지는 새집 선호 현상, 맞벌이·1인가구 증가 등에 따른 도심 선호 현상, 심각한 건축물 노후화 등을 감안하면 서울과 주변에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그러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신도시·택지지구 지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새 택지가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첫 대책부터 택지 공급 로드맵을 내놓길 기대해본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4년차에 택지 공급 대책을 내놨다.

조성근 건설부동산부 부장 truth@hankyung.com